섬티아고의 세 번째 순례지는 야고보의 집입니다. 이곳은 사도 요한의 형이자,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집입니다. 야고보는 기독교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하다가 최초로 순교한 제자로, 그의 순교 사실이 성경에 기록된 유일한 제자입니다.
현재의 섬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의 유명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곳 대성당에는 야고보의 유해가 모셔져 있어, 많은 순례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그곳을 찾습니다. 기독교의 대표적인 인물인 야고보 덕분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순례하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이곳의 섬티아고는 바로 그런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한 만큼 이곳의 섬티아고 길도 유명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겠죠? 그 기대는 적중하여 지난 코로나 19 팬더믹 시기에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 섬티아고를 찾았답니다.
그런데 이곳 야고보의 집 내부를 둘러보며 느낀 점은, 의외로 기독교적 색채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대 방면의 벽면은 인도 그림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장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자아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는 이곳에서, 왜 이런 장식이 존재하는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섬사람들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는데, 이러한 비주얼은 분명 뭔가 어색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조그마한 성당의 내외부를 둘러보며, 저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성당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경건함과는 달리, 벽면에 그려진 그림들은 제게 이곳이 지닌 깊은 역사와 신앙의 의미를 흐릿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두 세계가 충돌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뒷면 벽이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곳 중앙에 십자가가 음각으로 되어 있습니다. 붉은 색은 예수 12제자 중 최초로 순교한 인물임을 상징하는 듯합니다만, 그렇게 해석하는 것도 오로지 제 생각일 뿐...
이곳을 떠나면서 저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야고보의 유산이 이렇게도 다양한 해석과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의외였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뿌리를 지닌 이곳이, 또 다른 문화와 예술적 표현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은 순례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이교의 신을 섬기지 말고 오로지 유일신 하나님만을 섬기라는 의미 말이죠.
섬티아고는 단순한 순례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웠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 야고보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 섬티아고의 매력은 그 깊이와 넓이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알베르게Albergue는 스페인어 사전에서 사람의 숙박소를 의미하며, 동물들에게 한정해서는 동굴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숙박지이다. 그러므로 산티아고 까미노에서는 한 마디로 순례자 숙소로 통한다. 알베르게는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숙박지라고 보면 된다.
1. 알베르게에서 식사 조리도 가능한가?
까미노(camino, 순례길) 주변에는 알베르게 뿐만 아니라 카페테리아Cafeteria나 바Bar들이 마을마다 들어서 있다. 그곳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순례자 메뉴'가 있다. 이 메뉴는 순례자들에게 대략 10유로에 판매되고 있으며, 와인과 식욕을 돋구는 간단한 요리, 그리고 메인 요리, 후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위 풀코스 요리에 해당된다.
그러나 절약하기 위해, 또는 한국식으로 먹기위해 직접 조리하려면 알베르게의 주방을 이용하면 된다. 알베르게는 대부분 주방용구와 그릇, 스푼까지도 구비되어 있으므로 순례자는 인근 수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해 조리해 먹으면 된다. 특히 스페인의 농산물은 저렴하여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혼자 조리하기 보다 여러 명이 더치페이하여 조리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다.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순례자 서너 명이 어울리게 되며, 알베르게에도 함께 투숙하여 각자 2~3유로, 많게는 5유로 정도를 갹출, 요리를 하면 저녁식사 뿐만 아니라 남은 음식을 그 다음날 아침식사로 이용할 수 있어 거의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직접 조리를 선호한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식사는 전날 저녁 장을 볼 때 과일이나 빵 등을 준비하여 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조리는 일행 중 요리솜씨가 있는 사람이 솔선수범하여 하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옆에서 보조하거나 식사 후 설겆이를 한다. 주방용구는 알베르게 비품이기 때문에 깨끗하게 씻어 가지런히 정리해 놓아야 다음 사람이 쓸 수 있다. 또한 알베르게에 도착해 보면 우리보다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쌀과 갖가지 음식재료가 남아있어 이것을 활용하여 절약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주방시설이 없는 곳도 있다. 어느 알베르게에서는 돈을 받고 직접 요리를 순례자에게 제공하기도 하며, 어느 곳에서는 기부제로 기부받은 돈으로 숙식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서로 합심하여 요리를 하고 설겆이도 마쳐야 한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대략 50여 km 남겨둔 지점부터는 주방은 있으되 솥과 그릇 같은 용구가 없어 어떤 순례자는 조그마한 냄비를 갖고 다니기도 했다.
2. 알베르게마다 종류가 다른가?
알베르게는 크게 4종류로 나뉘다. 첫 번째가 시립 알베르게, 즉 무니시팔(Municipal Albergue)이다. 무니시팔은 영어의 municipal과 동일하다. 가격은 5유로에서 6유로다. 실제로 숙박료는 5유로, 침대 종이시트 1유로가 합해져 6유로를 받는 곳이 많다. 요즘 알베르게도 예약을 한다고 하는데, 시립 알베르게는 도착한 순서대로 침대를 배정하기 때문에 예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을마다 1개소 이상씩 존재한다.
둘째는 공립 알베르게, 즉 뿌블리꼬 (Publico Albergue)다. 시립과 거의 동일하다. 영어로 Public이다. 대표적인 공립 알베르게는 아스또르가Astorga의 대형 알베르게다. 언덕을 올라와 옛 로마성벽위에 우뚝 선 첫번째 알베르게가 그곳으로 규모가 엄청나다. 공립은 말 그대로 공공기관 등에서 공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므로 시립 알베르게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셋째는 교구 알베르게, 즉 빠로끼알(Parroquial Albergue)이다. 즉 가톨릭 교구에서 운영한다는 의미로 영어의 Parish 또는 District에 해당된다. 이러한 알베르게는 기부제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기부제 알베르게는 숙식비를 한꺼번에 알아서 기부하는 형태이다. 나의 경우 기부제 알베르게에서 투숙하면 무조건 10유로를 기부함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요즘 예약이 허용된다는 사설 알베르게, 즉 쁘리바도(Privado Albergue)가 많이 늘어났다. 쁘리바도는 영어의 Private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사설 알베르게라는 곳으로 영리적 목적으로 운영되므로 숙박비가 기본 10유로 정도다. 물론 쁘리바도 알베르게에서도 요리가 가능하다, 요리를 못하는 곳도 있지만. 거의 모든 알베르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수 요리가 가능하다.
3. 알베르게의 침대 배열 등 구조는?
거의 대부분의 알베르게가 2층 침대 구조로 되어 있다. 1층 침대와 2층 침대 사이가 낮아 사람이 앉아 있기에도 불편할 정도이기 때문에 1층에 앉으면 고개를 숙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알베르게의 특성상 밤에만 순례자가 입실하기 때문에 누워 잠만 잘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낮게 한 것 같다. 키가 큰 나로서는 앉아서 배낭을 꾸릴 때 엄청 불편했다.
알베르게는 남녀 공용이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 구분이 없어 속옷을 갈아 입을 때는 샤워장이나 침낭 속에서 주로 갈아 입는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2층, 여자는 1층을 배정하며, 나이가 많으면 1층, 부부는 1층과 2층을 배정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남녀가 같이 들어가면 일행이 아니라고 해야 두 명 모두 1층을 배정받을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상태가 좋은 곳만 촬영했기 때문에 2층에 안전바가 있으나 대부분의 침대 2층에는 안전 바가 없어 자칫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어쩌다 1층만 있는 알베르게를 만나면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데 아소프라Azofra의 시립 알베르게는 2인 1실로 꾸며져 있다. 그 동안 북적거림 속에서 생활하다 우리 부부만의 공간을 갖게 되자 너무 좋았다. 그런데 부부가 아닌 남녀를 이런 방에 같이 들어가도록 하면 어찌될까? 그래서 알베르게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트인 공간이 됐나 보다.
알베르게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은 반듯하게 눕지 말고 측면으로 누워 잔다든가 하는 등의 배려가 필수적이고, 소음을 싫어하는 사람은 귀막이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다. 저녁 10시가 되면 무조건 소등하여 순례자들이 잠 자리에 들도록 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는 순례자들도 많기 때문에 취침시간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3. 알베르게를 이용하려면?
순례를 출발하기 전, 생장피드포르에 순례자사무실이 따로 있다. 그곳에서 순례자여권이라 부르는 끄레덴시알Credencial을 만들어, 각 마을마다 바bar나 성당, 그리고 잠을 자는 알베르게에서 스탬프를 받아야 한다. 끄레덴시알은 순례가 끝난 뒤 산티아고 대성당 곁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증서를 받을 때 제출해야 한다. 이 끄레덴시알, 즉 순례자 여권이 없으면 알베르게를 이용할 수 없다. 마을의 알베르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순례자 여권을 제출하고 숙박부에 인적사항을 기재한 뒤, 자원봉사자가 스탬프를 순례자 여권에 찍어 준 다음에야 침대가 배정된다.
끄레덴시알은 각 마을의 알베르게나 성당, 순례자사무소 등에서 약간의 돈(약 1~5유로 기부)을 지불하고 만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 포르투갈길을 걸을 때 그냥 조그마한 노트를 사서 맨 앞쪽Front page에 인적사항, 여권번호, 국적, 출발지를 영어로 기록하고, 그 다음 쪽next page부터스탬프를 받고 다녔는데 인정되었다. 그러나 모험은 금물이다. 시립 알베르게에 들어가면 자원봉사자가 끄레덴시알Credencial과 여권Passport을 요구한다. 간혹 여권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여권 사본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산티아고(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순례여정으로 프랑스 국경도시인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에 달하는 거리를 프랑스길(Camino Frances)이라 한다. 이 순례길이 지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 외의 까미노(camino, 순례길)도 북부길, 은의 길, 포르투갈길 등이 있다.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유명 연예인 GOD 멤버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사연이 방송됐고, 2019년에는 모 종편 방송에서 스페인 하숙(albergue, 순례자 숙소)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여 유명세를 더했다. 특히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등 유명 방송인이 직접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모습은 산티아고를 걷고 싶어하는 마음에 불을 지폈다.
2. 산티아고 순례 준비물과 비용
#까미노 트레킹 준비물
1) 배낭 : 40~50리터의 배낭이 적절하다. 참고로 제 배낭은 45리터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허리를 제대로 잡아줘야 어깨의 피로감을 덜 수 있는데 여러 개의 브랜드를 사용해 본 결과 OSPREY가 제일 편했다.
2) 신발 : 발가락 끝이 약간 남아도는 비교적 여유있는 등산화가 좋다. 신발이 딱 맞으면 발가락 끝이 굽어지고 불편하다. 그리고 발목이 꺾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등산화는 발목까지 오는 중등산화가 좋을 듯하다.
3) 침낭 : 가볍고 보온성이 양호한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계절에 따른 보온성을 고려해야 한다.
4) 옷 : 입은 것을 포함하여 속옷 2벌, 상하의 2벌, 양말 2족, 그리고 보온성 외투 1벌이면 충분하다. 저의 경우 배낭 무게를 줄이려고 하루 입은 옷은 그날 오후 세탁하고, 그 다음날 입을 옷을 미리 입고 있다가 잠을 잤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세수만 하고 그대로 출발했다.
5) 판초우의 : 배낭가지 덧씌워야 되므로 반드시 판초우의가 필요하다.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 필수품이다.
6) 세면도구와 슬리퍼 : 칫솔, 치약, 면도기, 수건, 비누, 화장품은 필수고 슬리퍼도 필수품이다. 슬리퍼는 샤워할 때와 등산화를 벗고 주변을 돌아다닐 때 필요하다.
7) 등산스틱 : 다리의 무게감을 덜어주기 때문에 필요하다. 1쌍으로 사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로 저는 처음에는 스틱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2번째 순례부터는 스틱을 사용했다. 힘이 있다면 스틱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8) 버물리 파스 및 패치 : 벌레에 잘 물리는 사람은 버물리 파스와 붙이는 소형 패치가 필수품이다. 저 같은 경우 베드버그에 수차례 물렸었는데 그때 패치를 붙이면 전혀 가렵지 않아 최고의 휴대품이었다.
#순례 비용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식사를 대부분 카페테리아에서 순례자메뉴로 주문했기 때문에 저녁 식사 비용만 하루당 10유로가 지출됐습니다만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식사를 직접 조리해서 드시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듭니다.
우선 하룻밤을 묵는 알베르게의 숙박요금은 시립기준으로 5유로이며 여기에 침대 종이시트를 합하면 6유로가 됩니다. 그리고 아침은 전날 저녁에 준비해 뒀던 식사를 하며, 점심은 수퍼에서 산 과일이나 빵으로 대체하며, 저녁은 2~5명이 약 3~4유로 정도를 더치 페이하여 식사를 직접 조리합니다.
그렇다면 하루 체재비용은 6유로+4유로+10유로(Bar에서 커피나 음료) = 20유로 정도가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32일을 걷는다면 20유로 * 32일 = 640유료가 될 겁니다. 한화로 환산해 보면 640유로 * 1,311원(2020.11.17일 기준) = 약 84만원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순수하게 걷는 32일(프랑스길 기준, 25km/일) 을 제외한 기간은 주변을 관광하거나 다른 곳을 갈 텐데 버스료, 기차료, 숙박료 등의 비용은 따로 산정하세요.
그럼 마지막으로 항공권은 비성수기 기준으로 직항이 아니라 경유할 경우 왕복 100만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저는 무조건 직항만 고수했어요. 환승하기 싫어서.
총비용은 32일 기준 숙식비 약 84만원인데 90만원으로 잡고, 그 다음 주변관광 등의 비용을 100만원(예비비 포함)으로 가정하며, 항공료를 비성수기 기준으로 110만원으로 추산한다면대략 300만원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40일을 타국에서 온전히 지내면서 300만원 밖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가는 길을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올레나 지리산둘레길을 걸어도 그 기간이면 더 많은 돈이 소요된다는 겁니다.
2023년 4월 24일자 수정1) 다른 내용은 동일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사가 도산을 많이 한 관계로 항공료가 플러스(+)돼야 할 것 같습니다. 항공료만 조금 높여 계산하시면 무방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