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 주무기관이 산림청이어야 하는 이유는

산불 진화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잿빛 하늘 아래 타들어가는 숲을 바라보며 우리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가 이 불을 꺼야 하는가?” 그러나 기후위기의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숲을 지킬 것인가?”
산불을 단순한 ‘불’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의 위기로 인식할 것인가에 따라 대응 체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을 끄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소방청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행정 체계를 운용해왔다.
하지만 산불은 이제 단순한 화재가 아니다. 그것은 숲 전체, 나아가 생명과 미래를 위협하는 총체적 재난이다. 이 재난의 주체를 누가 맡아야 하는가.
지금처럼 대응 중심의 소방청이 계속 진화를 전담해야 하는가. 아니면 예방에서 진화, 복구까지 ‘산림을 산림답게’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산림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가. 그 답은 분명하다.
소방청의 구조적 한계와 산불 대응의 미스매치
소방청은 인명구조와 도시형 화재 진압에 특화된 조직으로 사후 대처적 성격이 강하다. 화재 발생 시의 출동, 진압, 구조활동은 이 기관의 핵심 기능이자 존재 이유다.
그러나 산불은 다르다. 산불은 ‘시가지 화재’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다. 대개 접근이 어려운 산악지대에서 발생하고, 바람과 습도, 지형과 수종 등 복잡한 변수를 안고 확산된다. 여기에 계절적 특성과 장기적 기후 요인까지 겹치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다.
현실은 이미 이를 증명하고 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산림청은 임도(林道)를 확보하고, 드론과 위성으로 조기 감시하며, 재조림과 피해 복구까지의 전 과정을 감당한다.
그러나 책임은 대개 ‘불 끄는 부처’로만 인식되는 소방청에 묻히고, 사후 처리는 모두 산림청이 도맡는다. 이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책임과 기능이 분산된 대표적 행정 미스매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방청이 예산과 권한을 상당 부분 쥐고 있으면서도, 산불의 구조적 예방이나 생태적 복원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화는 했으되, 다음 산불의 싹은 여전히 숲속에 자라나는 셈이다.
국제 사회는 이미 ‘산림 주도형 모델’로 전환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산불관리기구(GFMC) 등 국제기구들은 모두 한목소리를 낸다. 산불은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종합적인 산림관리 문제’이며, 대응보다는 예방과 대비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선진국은 산림청 또는 그에 상응하는 산림 전문기관이 산불관리를 주도하도록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산불이 빈발하는 국가는 산림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본다. 이들은 산불을 네 단계(예방–대비–대응–복구)로 나눠 관리하며, 각각의 단계에서 산림 전문기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심지어 포르투갈과 그리스처럼 산불 관리 주체를 소방으로 전환했던 국가는 대형 산불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경험하고 난 후, 다시 산림기관 중심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도 선택해야 한다. 선진국형 산불관리 체계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불을 끄는 데만 몰두하며 미래의 재앙을 반복할 것인가.
산림청 중심의 산불관리, 국가의 백년대계다
산림청은 숲을 다루는 전문기관이다. 단순한 진화만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임도(林道) 조성, 산림 구조 조정, 위험 지역 관리, 주민 교육, 재조림까지 산불 전과 후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부처다.
게다가 우리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예산에서 산림청이 차지하는 비중은 0.5%도 되지 않는다. 산림은 국가 자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데, 정작 그 숲을 지키는 기관은 권한도, 자원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불이 나면 가장 먼저 책임만 떠안는다.
산불 대응 체계를 ‘누가 불을 끌 것인가’에서 ‘누가 숲을 보호할 것인가’로 바꾸어야 한다. 진화를 넘은 전략, 단기 대응을 넘는 예방적 조치, 그리고 생태적 복원까지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모든 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주체는 오직 산림청뿐이다.
불 끄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숲을 지키는 일이다
산불은 더 이상 예외적 재난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지속되는 한,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 재난의 상수가 될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앞에, 이제는 진짜 책임을 묻고, 그 책임에 걸맞은 권한과 예산을 주어야 한다.
산림청은 희생양이 아니라, 이 시대 산림 재난을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주체다.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숲을 지키는 일은 더 중요하다. 산불 진화와 산림 조성은 단발성 대응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다. 이제는 그 책임을 산림청에게 정당하게 돌려주어야 할 때다.
출처 : 그레이스헤럴드 https://thegraceherald.com/forum/view/1272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