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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 침대가 없어서 소파의 쿠션을 빼내고 그 위에 침낭을 깔았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 가는 길)는 육체적, 정신적 강인함을 모두 요구하는 여정입니다. 순례자들은 언덕을 정복하고, 발바닥의 물집과 싸우고, 피로를 뚫고 나아가며  자신의 영적 또는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길을 따라 많은 순례자들이 직면하는 고요한 밤의 적(the silent enemies of the night)이 있습니다.

바로 빈대입니다. 혈액 빨아먹는 곤충은 순례자 숙소(알베르게)에서의 편안한 밤을 비참한 밤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려움에 잠을 설치며 온 밤을 뜬 눈으로 지세운 일도 허다했습니다. 빈대를 만나는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가을철에 더 흔한 것 같습니다.

빈대는 성가신 존재이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의 여정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조금만 준비하고 주의하면 이 작은 생물들에게 물리는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주의해도 밤에 조용히 찾아오는 빈대는 예방하기가 힘듭니다. 그렇기에 밤마다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침대에 누울 때마다 신께 기도드립니다. 오늘 밤은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를...

빈대는 침대나 벽 틈에 서식하며 밤에만 활동하는 크기  5mm 정도의 야행성 곤층으로 10분 동안 자신의 몸무게의 6배까지도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입니다. 빈대에 물리면 피부가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심지어는 꼭대기 부분에 작은 물집이 부풀어 오르기도 합니다. 이때 가려워도 너무 가렵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긁을 수도 없고...

빈대에 물리면 아마 옷이나 베낭에 붙어 순례자를 지속적으로 따라 다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빈대에 물렸던 사람이 또 물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빈대를 없애려면 60도 이상의 물에 옷과 배낭 등을 세탁을 하여야 하지만 순례 중에 그렇게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제 경우를 예로 치료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모기 물려 가려운데 붙이는 원형 패치를 가져갔습니다. 일단 빈대에 물리면 그곳에 조그마한 패치를 붙이고 다녔죠. 가려움증이 그나마 해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빈대에 물리는 사람이 많아 나눠쓰다 보니 10여일만에 없어져 버렸죠. 그래서 가려움증에 바르는 물파스 형태의 '버물리'와 항히스타민성 연고를 가지고 갔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경우보다 남에게 호의를 베푸는데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시는 분은 순례를 떠나기 전에 주변의 가정의학과를 방문하여 미리 빈대에 물린 다음 먹는 복용약을 처방받아 가는 것도 권장드립니다. 물론 저는 약을 처방받지는 않았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빈대 물림에 대처할 수 있는 약들을 가져가야 됩니다. 저는 5회나 산티아고 길을 걸었지만 빈대에 물린 적은 2회였습니다. 모두 가을이었죠. 아마도 여름에 땀을 많이 흘려 더러워진 침대에서 잠을 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순례길에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은 빈대에 물린 것입니다. 

준비를 철저히 하시어 빈대로부터의 괴롭힘에서 해방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빈대를 예방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물린 뒤 대처를 잘 해야 합니다. 순례길을 떠나시는 분들은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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