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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은 너무도 화려한 연분홍 빛을 띄고 있어 이른 봄 처녀 총각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답니다. 화사하게 피어난 복사꽃은 여인의 붉으스레한 뺨과 매혹적인 입술과 같아서인지 도화살(桃花殺)이라는 말도 생겨났죠. 

연분홍 복사꽃 아래로 오두막집이 아름답다.

 복사꽃이 활짝 핀 저 아래 귀퉁이의 오두막집은 소박하고 아담하여 마치 검소한 신선이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런 곳에서 땅을 밟고 살아보는 것이 저의 꿈이기도 하답니다. 

촘촘히 피어난 도화(桃花)

복숭아 꽃은 이름도 다양합니다. 복사꽃 또는 도화라고도 하죠. 이처럼 화려한 복사꽃은 갓 피어오른 순박한 처녀의 바람기를 연상하게 한답니다. 그래서 도화살(桃花殺)이 탄생했어요. 

순박하면서도 화려한 복사꽃

도화살이란 복숭아 꽃의 살기라는 의미로 보여지는데요. 도화살은 남녀 불문하고 상대방을 매혹시키는 섹스 어필(sex appeal)을 일컫습니다. 색에 빠져 자신의 커리어를 망치거나 재산을 탕진하는 그러한 나쁜 의미였답니다. 

색기가 담겨있는 것 같은 도화

복사꽃처럼 붉은 입술과 밝은 피부를 가진 상대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자신의 인생을 망친다는 데서 비롯된 도화살. 그 도화살의 명칭이 복사꽃에서 비롯됐으니 복숭아 꽃의 아름다움은 상상할 수 있겠죠?

한적한 시골마을 뒤켠에서 자라는 복숭아 나무

그러나 요즘은 도화살이 끼었다는 말은 입술이 붉고 도톰하고, 볼에 홍조가 있고, 피부가 밝은 사람을 의미하여 과거처럼 그렇게 나쁜 말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답니다. 세월의 흐름이 단어의 의미를 바꿔놓은 좋은 예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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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식점에 갔었는데 그 곳 옆으로 배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벚꽃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제 눈에 띈 것입니다. 하얀 배꽃은 약간 붉은 벚꽃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노란 개나리와 어우러진 하얀 배꽃

순백의 청초한 배꽃 이미지를 보고 있으려니 고려말 문신 이조년(李兆年) 님이 봄 밤의 정서를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 대비를 통해 그려냈던 시조 '다정가(多情歌)'가 생각납니다.

청초한 이미지의 배꽃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아라마난
다정(多情)도 병(病)인 냥하여 잠 못드러 하노라

노랑과 하양의 조화

위의 시조에서 맞춤법이 틀린 것처럼 보이지만 한글 고어를 그대로 쓴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라마난은 "알랴만은"이고, 잠 못드러 하노라는 "잠 못 들어 하노라"입니다.

시골집 개나리 울타리 안에 심어진 배꽃
하얀 배꽃 앞에 약간 분홍색의 벚꽃이 있어

옛집에 담으로 둘러쳐진 개나리, 그 안에 배나무가 우뚝 서 있고 하얀 배꽃이 알알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옛 고향의 시골풍경을 자아내게 합니다. 추억에 젖어 봅니다.

벚꽃이 배꽃을 가리고 있어

배꽃 뿐만 아니라 오른쪽에 벚꽃도 보입니다. 배꽃은 하얗죠. 그래서 시조에서 이화(배나무 꽃)가 월백, 즉 달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난다고 표현했겠죠.

하늘을 배경 삼은 배꽃

이조년 님의 시조를 현대어로 읊어 봅니다.

흰 배꽃은 달빛에 하얗게 빛이 나고
저 하늘의 은하수는 한밤중을 알리는데
배나무 가지에 스며든 봄의 정서를
두견새 네가 어찌 알겠냐 만은
다정함도 병인 듯 나는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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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열매는 강한 신맛이 나는 가운데 단맛과 떫은 맛이 약간 나기도 합니다. 열매는 귀의 이명과, 두통, 해열 및 식은땀 관리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야뇨증 치료 등 신장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숙한 여인의 붉은 입술처럼, 수줍은 처녀의 화사한 노란 치마처럼, 지난 가을에 맺힌 산수유 열매와 지금 갓 피어난 봄꽃이 조화를 이루고, 그 특유의 화려함으로 겨우내 잠들었던 생기를 다시 불러 깨워,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 구나. 아름다운 산수유 열매와 꽃이여~!!!

산수유 열매에 얽힌 전설이 있습니다. 원래 산수유는 입으로 열매 속의 씨를 깠다고 하죠. 한 마을의 처녀는 입으로 산수유의 씨앗을 빼내곤 했었어요. 그 산수유 처녀는 산동 총각과 사랑을 약속했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었죠.

그런데 이 처녀의 아버지는 남원의 만석꾼이 논 10마지기를 주자 자신의 딸을 그 만석꾼의 첩으로 보내버립니다. 첩이 된 산수유 처녀는 입에 산수유 씨를 물고 실어증에 걸려 살게 됩니다. 산수유 씨앗에는 약간의 독이 있어서 입으로 빼내어 과육만 약으로 쓰는 것이었죠. 

그 처녀는 온몸에 산수유 씨앗의 독이 퍼져 아픈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되돌아 옵니다. 그리고 산동 총각이 자신을 그리워 하다 큰 바위 곁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 처녀는 자신의 입에 물고 있던 산수유 씨앗을 그 바위 옆에 묻고 죽어갔습니다. 

그 바위 곁에서 발아되어 성장한 산수유 나무에는 그 처녀의 붉은 입술과 같은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꽃도 그녀가 좋아했던 노란색이었답니다.

산수유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사랑했던 두 남녀의 젊음처럼 나이 든 사람의 회춘을 돕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그래서인지 산수유는 성기능을 돕고 요실금에 효험이 있으며 자궁출혈과 산후 허혈에도 쓰여지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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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겨울 대지에 피어 난 복수초 꽃

그리스 신화에서 복수초의 기원을 찾아 보자.

어느 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아도니스에게 사나운 짐승을 절대 사냥하 지 말 것을 당부한 후 백조가 이끄는 이륜마차를 타고 자신의 고향 인 키프로스 섬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당 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냥에 나섰다. 사냥개들이 동굴에서 쉬 고 있던 멧돼지를 공격하자 그는 창 을 힘껏 던졌다. 창은 멧돼지의 옆구 리에 보기 좋게 박혔다.

그러나 멧돼 지는 입으로 창을 뽑아내고 씩씩거리 며 아도니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 다. 사납게 달려들던 멧돼지는 도망 치던 아도니스의 사타구니를 들이받 아 공중으로 내던져 버렸다.

아도니 스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떨어져 이내 죽어 버렸다. 아도니스의 비명 소리를 들은 아프로디테는 급히 이륜 마차를 돌려 되돌아왔으나 그녀가 도 착했을 때 그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 어 죽어 있었다.

급하게 마차에서 뛰어내린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저주로 탄생했으나 자신이 끔찍이 사랑했던 아도니스가 멧돼지에 의해 죽게 되자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미소년과의 아름다웠던 날들을 회상하면서 그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신들이 마시는 음료인 넥타르(Nectar)를 뿌려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

이파리가 없이 꽃만 피는 것이 복수초

그런데 아도니스가 죽은 이유는 저승 왕비 페르세포네 때문이었 다는 설이 있다. 페르세포네는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를 독차지하자 아프로디테의 애인이던 전쟁신 아레스(Ares)에게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관계를 알려줬다고 한다.

질투심에 눈이 먼 아레스는 아프로디테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멧돼지로 변신하여 사냥 나온 아도니스를 죽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리스 신화는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에서 아네모네, 즉 바람꽃이 탄생했다고 하는데 이보다는 복수초가 탄생했다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는 복수초를 아도니스 (Adonis)라 부르며 아도니스의 죽음을 회상하곤 한다고 하니 더 그 런 생각이 든다. 우리 들녘의 복수초는 노란색이지만 서양의 복수 초는 잎이 무성한 가운데 붉은 꽃을 피우는 것도 있다. 마치 아도니 스의 붉은 피가 변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 한 행복’이지만, 서양에선 아도니스와 아프로디테의 슬픈 사랑이 야기를 반영하듯 ‘슬픈 추억’이란다.

이 복수초를 가리켜 아도니스 의 피가 변해 피어났다고 하는데 복수초(Adonis)가 맞는지 바람꽃 (Anemone)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복수초라고 우기고 싶다. 식물분류학에서 복수초를 아도니스라는 속명으로 부르는데 이 이름 을 괜히 붙였겠는가.

어찌됐든 아도니스의 짧은 생애처럼 이 두 야생화는 아주 이른 봄 잔설 속에서 꽃을 피우고는 이듬해 다시 필 것을 약속하며 짧은 생을 마감하고 기나긴 잠에 빠져들고 만다.

한편, 그리스 신화와는 별도로 복수초는 일본 홋카이도와 사할린 에 살고 있는 아이누 족 전설에도 등장한다. 옛날 하늘나라에 쿠노니 공주가 있었다.

그녀는 외모만을 중시하여 성실하고 부지런한 두더지 신의 청혼을 마다하고 집을 나간다. 그녀는 휘몰아치는 눈 보라 속을 헤매다 여러 신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하 고 차가운 대지 위에 쓰러진다.

부왕인 하느님은 성실함보다도 외 모만을 중시하여 두더지 신의 청혼을 거절한 그녀에게 벌을 내렸 다. 그녀는 매년 추운 눈 속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두더지 신은 쿠노니 공주가 추남인 자신을 외면했음에도 그녀를 진정 사랑했기에 꽃 주위의 눈을 치워 노란 복수초가 잘 피어나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인지 복수초는 ‘영원한 행복’이 라는 꽃말을 가진 애틋한 전설 속의 꽃이기도 하다. 복수초는 스스 로 발열하여 주위의 언 땅을 녹이고 지상에 얼굴을 내민다. 그래서 줄기 주변은 눈이 녹아 항상 깨끗하다. 그것을 가리켜 두더지 신이 쌓인 눈을 녹였다고 말을 만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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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숲 속에서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식물이 있다. 겨우살이다. 땅에 내려오지 않고 오로지 나무 위에서만 자생하는 기생식물 겨우살이는 나무껍질을 뚫고 들어가 수분이 통과하는 곳에 뿌리를 내린다. 서양에서는 귀신 쫓는 식물로, 동양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겨우살이는 아마도 추운 겨울을 버텨낸 인고의 아픔을 간직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 듯하다.

한 겨울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겨우살이

서양에서는 눈 내리는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 축제가 있을 때면 문간에 환하게 불을 밝히고 겨우살이를 걸어놓는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남녀가 키스하곤 한다. 액운을 몰아내고 사랑이 이뤄진다나! 한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고고한 겨우살이가 이들 남녀의 앞길에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와 유사하게도 꽃말은 고난을 견디다정복이다.

독일에서는 겨우살이의 항암효과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독 종양과면역학실험연구소 커트 잰커 교수팀은 대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겨우살이 추출물을 혈액에 투여했다. 그 결과 투여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비투여자들보다 최소 32%나 높았고 부작용도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겨우살이는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싸우는 것을 도와줬고, 암 치료에 수반되는 화학성분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었다. 이 결과는 200912월 통합종양학회(The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저널에 소개되었다.

노란색 열매의 겨우살이

겨우살이는 불면증과 신경쇠약에도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가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차를 끓여 마시거나 술을 담가 마시면 좋다. 그늘에 말린 겨우살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끓는 물에 넣고 30분 정도 우려낸 다음 보리차처럼 마시면 된다. 이때 쇠주전자를 사용하지 말고 반드시 흙으로 빚은 도자기류의 그릇을 사용해야 약효가 유지된다. 또한 겨우살이를 넣고 펄펄 끓이는 것보다 완전히 끓인 물에 우려내는 편이 낫다. 재탕을 하는 것은 필수다. 술을 담글 때는 과실주용 소주(35°)에 감초나 꿀을 약간 넣고 겨우살이를 넣어 3개월만 숙성시키고 겨우살이는 건져내고 술만 보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풀 종류는 3개월이 지나면 약간의 독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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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추의 꽃

분홍, 빨강 단풍잎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겨울을 나기 위해 제 잎을 벌겋게 물들이며 점차 잎을 떨구는 가을나무를 뒤로하고 낙엽을 밟으며 산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가을빛에 겨워 만개한 산국과 미역취의 샛노란 꽃무리가 점차 퇴색되어가는 가을 산의 쓸쓸함을 채워주고 있다.

볕 잘 드는 산비탈에 멀쑥이 긴 꽃대를 들어 올린 산부추가 둥근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서서히 영글어 가고 있다. 녹색줄기와 붉은 자주색의 꽃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물감을 뿌려놓은 듯 원형으로 흩어진 꽃 송이송이에 벌이 떼로 달려든다. 산부추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벌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있다. 아마도 가을바람의 장난이리라.

홀로 긴 꽃대를 밀어 올려 둥글게 피어 있는 고고한 모습에서 신선들의 자태를 연상했을까? 아니면 매콤한 산부추의 맛이 신선들이 먹기 좋아서 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산부추의 꽃말은 신선이다. 그러고 보니 산부추의 생김새가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터지는 불꽃처럼 생겼다. 신들의 불꽃놀이! 그렇다면 언제 제우스의 번개가 불꽃처럼 튀어 올랐던가?

가을 꽃을 터뜨린 산부추

제우스를 주축으로 한 올림포스 신들과 크로노스의 형제들인 티탄(Titan) 신들이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때 키클롭스 형제들은 제우스가 자신들을 지옥에서 꺼내준 대가로 번개, 삼지창, 보이지 않는 투구를 만들어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에게 각각 선물했다. 제우스는 강력한 번개를 날려 티탄 신들을 위협했고,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높이 휘둘러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았으며, 하데스는 보이지 않는 투구를 쓰고 티탄 신들을 괴롭혔다.

또한 백 개의 손을 가진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도 무한지옥 타르타로스에서 해방된데 대한 보답으로 한 번에 수백 개의 돌덩이를 티탄 신들이 있는 오크리스 산으로 던졌다. 티탄 신들은 돌 뒤에 숨기 바빴다. 이때 제우스는 티탄 신들이 숨어있는 큰 돌을 향해 번개를 날렸다. 반발력 탓에 돌에 부딪친 벼락은 붉은 자주색을 띠며 스프링처럼 하늘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하늘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마치 산부추처럼. 그야말로 신들의 불꽃놀이였다.

번갯불 파편이 홍자색을 띤 것은 마찰열 때문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꽃 파편 아래에서 티탄 신들은 자신들의 열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티탄 신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거인족 기간테스(Gigantes)와 지하심연의 괴물 티폰(Typhon)을 전쟁에 끌어들이지만 모두 올림포스 신들에 의해 제압된다.

결국 올림포스 신들은 티탄 신들과의 전쟁인 티타노마케아(Titanomacheia), 거인족 기간테스와의 전쟁인 기간토마케아(Gigantomacheia), 그리고 괴물 티폰과의 대결 등 3단계의 전쟁을 통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한다. 이들과의 전쟁에서 제우스의 번개는 목표물에 명중한 다음 산산이 부서지곤 했다. 그 부서지는 불빛이 신들의 불꽃놀이 그 자체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산부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산부추는 홍자색의 꽃송이들이 수십 개 모여 둥근 한 송이 꽃으로 거듭난다. 꽃향기가 좋고 꽃가루가 많아서 벌들이 몰려들기에 안성맞춤인 밀원(蜜源)식물이다. 이른 봄 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잎과 뿌리가 마치 달래와 같다 해서 산달래라고도 부른다. 잎과 뿌리를 된장에 넣어 끓이면 얼큰한 향과 맛이 구수함을 더해 줘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산부추의 맛은 시고 맵고 떫지만 독성이 없고 따뜻하다. 독이 없는 야생초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약효를 갖고 있다. 산부추도 몸속을 따뜻하게 해줘 소화불량, 천식, 가슴앓이, 협심증에 좋다고 한다. 또한 간과 심장에 좋은 식물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특히 민간에서는 생즙을 내어 복용하면 공부에 찌든 청소년들의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다. 물론 효과가 있다고 하니 수험생을 둔 학부모라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 볼만한 야생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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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세상이 온통 누런색으로 도색되어 간다. 탁류와 같은 누런 색조의 흐름 속에 환하게 밝은 노란색 꽃이 한데 어우러져 꽃방망이를 만들고 있다. 여름이 한창인가 싶을 때 피기 시작했던 샛노란 꽃이 가을이 다 가도록 자태를 접지 않았다. 미역취 꽃이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이 꽃을 사람들이 꺾을까봐 내심 걱정하느라 꽃말이 경계인가 보다.

미역취의 노란 꽃

새순이 돋았을 때 잎자루가 늘어진 모습이 미역을 닮았다고도 하고, 이 나물을 끓였을 때 미역처럼 흐물흐물 풀어진다고도 해서 미역취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돼지나물이라고도 부르는 미역취의 모습을 아무리 살펴봐도 돼지와 연관시킬 것이 없다. 아마도 돼지가 잘 먹어서 그런가 보다. 돼지는 뭐든 잘 먹는데.

노란 미역취 뒤로 붉은 산부추가 보인다.

미역취는 옛날 춘궁기(春窮期)에 주로 먹던 구황식물(救荒植物)이었는데 다른 나물에 비해 탄수화물과 칼슘이 많이 포함돼 있어 나름대로 훌륭한 식단에 속한다. 연한 미역취를 채취하여 끓는 물에 데친 다음 물기를 꽉 짜서 없애고 들기름과 통깨 등 양념으로 무쳐 먹는 미역취는 그야말로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삶아서 말려 보관한 나물을 물에 불려 볶아 먹어도 제격이다. 미역취는 최근 들어 묵나물로 많이 애용된다. 묵나물이란 묵을 쑤는 나물이 아니라 한 해 묵힌 나물이라는 뜻이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노란 미역취 꽃

미역취는 약초로서도 이름값을 한다. 미역취에 포함된 비타민 A는 눈의 건강에 좋고, 비타민 C는 감기예방과 감기로 인한 두통에 좋다. 또한 방광염, 편도선염에도 효험이 있어 미역취 말린 것을 달여 마시기도 한다. 민간요법으로는 산에 오르다 타박상을 입으면 미역취를 으깨 그 즙을 상처 부위에 바른다. 각종 염증과 타박상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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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청미래 덩굴, 강원도는 참열매 덩굴, 전라도는 명감나무, 경상도는 망개나무 등등 그 이름도 많다. 청미래 덩굴은 반짝반짝 윤기 흐르는 넓은 잎과 둥그런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 널따란 잎은 가난했던 시절 소박한 망개떡에 배고픔을 달래보던 향수가 배어나오고, 정열적이며 고혹적인 빨간 열매는 처녀총각의 순수한 사랑얘기를 담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청미래 덩굴을 망개나무라고 하여 떡을 빚는데 사용한다. 송편처럼 빚은 반달모양의 찹쌀떡을 두 장의 망개나무 잎 사이에 넣어 김이 오른 찜통에 쪄 내는 망개떡은 나뭇잎의 향이 떡에 스며들어 상큼한 맛이 나며 잘 상하지도 않는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과 겨울 뒷골목을 누비며 찹쌀떡˜♪을 외치던 떡 장수의 애환이 묻어나는 떡이다.

청미래덩굴(망개나무)의 붉은 열매

역사적으로도 망개떡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서기 550년경 가야연맹은 백제의 보호를 받는 부용국(附庸國)의 위치로 전락했었다. 이때 가야와 백제는 왕실간 혼인을 추구하기도 했었다는데 신부 측인 가야에서 이바지 음식으로 망개떡을 만들어 백제에 보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산속으로 피해 다닐 때 망개떡으로 끼니를 때웠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망개 잎 표면에 형성된 미끈한 밀랍층은 잎과 접촉된 부분이 마르지 않도록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며 천연 방부제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피난 다니던 사람들의 휴대음식으로는 최고였을 것이다.

올림포스 산에 있는 신들에게도 주로 먹는 음식이 있었다. 신들이 마시는 음료는 넥타르(Nectar)였으며, 음식은 암브로시아(Ambrosia)라고 불렀다.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으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음료와 음식이었던 것이다. 이때 신들의 음식이 조금이라도 상하면 안 되었을 터, 아마도 암브로시아를 이 망개나무 잎사귀로 싸놓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대에는 아무리 선계(仙界)라 할지라도 냉장고가 없었을 테니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에는 망개나무 이파리가 제격이었으리라.

청미래 덩굴의 열매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앵두 같은 빨간 열매 때문이다. 옛날 강원도 지역에 살던 머슴이 이웃 집 하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머슴이 매끈한 청미래 덩굴의 열매를 따 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리면 열매를 입안에 넣어 줄께.” 순진한 처녀는 머슴의 말을 곧이듣고 그대로 따라했다. 머슴은 입에 열매를 넣어주는 대신 자신의 입술로 마무리했다. 물론 그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었다. 여성이 반해버릴 정도로 청미래 열매의 때깔이 곱고 멋지다는 얘기다.

청미래 덩굴은 우리나라에서 토복령(土茯笭)이라 부르며 수은, 니켈, 카드뮴 중독을 비롯한 온갖 독을 푸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수은에 중독되어 있으므로 뿌리를 차로 달여 마시면 유용할 것이다. 옛날에는 잎을 차()로 달여 마시기도 했다는데 여기에 포함된 사포닌 등의 성분이 몸 안의 독을 풀어주며 피를 맑게 하는 약리작용을 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이파리를 돌돌 말아 담배 피우듯 여러 번 피우면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하는데 담배 독을 해독하는 데는 좋을 것 같지만 그 연기는 어떤 작용을 할지 의문이다.

청미래 덩굴은 산귀래라고도 불린다는데. 옛날 난잡한 생활을 하던 한 남자가 매독에 걸렸다. 특효약이 없던 시절이라 부인은 남편을 산으로 쫓아버렸다. 그 당시 청미래 덩굴은 흉년이 들었을 때 흔하게 먹던 구황식물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그 남자는 청미래 덩굴의 잎과 뿌리를 먹으며 목숨을 연명했다. 그런 생활을 하던 중 그 남자는 매독이 완전히 나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청미래 덩굴을 가리켜 산에서 내려가 집으로 귀가하도록 했다는 의미로 산귀래(山歸來)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청미래 덩굴은 성병을 치료하는데 효험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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