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복수초의 기원을 찾아 보자.
어느 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아도니스에게 사나운 짐승을 절대 사냥하 지 말 것을 당부한 후 백조가 이끄는 이륜마차를 타고 자신의 고향 인 키프로스 섬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당 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냥에 나섰다. 사냥개들이 동굴에서 쉬 고 있던 멧돼지를 공격하자 그는 창 을 힘껏 던졌다. 창은 멧돼지의 옆구 리에 보기 좋게 박혔다.
그러나 멧돼 지는 입으로 창을 뽑아내고 씩씩거리 며 아도니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 다. 사납게 달려들던 멧돼지는 도망 치던 아도니스의 사타구니를 들이받 아 공중으로 내던져 버렸다.
아도니 스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떨어져 이내 죽어 버렸다. 아도니스의 비명 소리를 들은 아프로디테는 급히 이륜 마차를 돌려 되돌아왔으나 그녀가 도 착했을 때 그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 어 죽어 있었다.
급하게 마차에서 뛰어내린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저주로 탄생했으나 자신이 끔찍이 사랑했던 아도니스가 멧돼지에 의해 죽게 되자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미소년과의 아름다웠던 날들을 회상하면서 그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신들이 마시는 음료인 넥타르(Nectar)를 뿌려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
그런데 아도니스가 죽은 이유는 저승 왕비 페르세포네 때문이었 다는 설이 있다. 페르세포네는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를 독차지하자 아프로디테의 애인이던 전쟁신 아레스(Ares)에게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관계를 알려줬다고 한다.
질투심에 눈이 먼 아레스는 아프로디테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멧돼지로 변신하여 사냥 나온 아도니스를 죽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리스 신화는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에서 아네모네, 즉 바람꽃이 탄생했다고 하는데 이보다는 복수초가 탄생했다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는 복수초를 아도니스 (Adonis)라 부르며 아도니스의 죽음을 회상하곤 한다고 하니 더 그 런 생각이 든다. 우리 들녘의 복수초는 노란색이지만 서양의 복수 초는 잎이 무성한 가운데 붉은 꽃을 피우는 것도 있다. 마치 아도니 스의 붉은 피가 변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 한 행복’이지만, 서양에선 아도니스와 아프로디테의 슬픈 사랑이 야기를 반영하듯 ‘슬픈 추억’이란다.
이 복수초를 가리켜 아도니스 의 피가 변해 피어났다고 하는데 복수초(Adonis)가 맞는지 바람꽃 (Anemone)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복수초라고 우기고 싶다. 식물분류학에서 복수초를 아도니스라는 속명으로 부르는데 이 이름 을 괜히 붙였겠는가.
어찌됐든 아도니스의 짧은 생애처럼 이 두 야생화는 아주 이른 봄 잔설 속에서 꽃을 피우고는 이듬해 다시 필 것을 약속하며 짧은 생을 마감하고 기나긴 잠에 빠져들고 만다.
한편, 그리스 신화와는 별도로 복수초는 일본 홋카이도와 사할린 에 살고 있는 아이누 족 전설에도 등장한다. 옛날 하늘나라에 쿠노니 공주가 있었다.
그녀는 외모만을 중시하여 성실하고 부지런한 두더지 신의 청혼을 마다하고 집을 나간다. 그녀는 휘몰아치는 눈 보라 속을 헤매다 여러 신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하 고 차가운 대지 위에 쓰러진다.
부왕인 하느님은 성실함보다도 외 모만을 중시하여 두더지 신의 청혼을 거절한 그녀에게 벌을 내렸 다. 그녀는 매년 추운 눈 속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두더지 신은 쿠노니 공주가 추남인 자신을 외면했음에도 그녀를 진정 사랑했기에 꽃 주위의 눈을 치워 노란 복수초가 잘 피어나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인지 복수초는 ‘영원한 행복’이 라는 꽃말을 가진 애틋한 전설 속의 꽃이기도 하다. 복수초는 스스 로 발열하여 주위의 언 땅을 녹이고 지상에 얼굴을 내민다. 그래서 줄기 주변은 눈이 녹아 항상 깨끗하다. 그것을 가리켜 두더지 신이 쌓인 눈을 녹였다고 말을 만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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