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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그로, Nymphs

 

19C 후반으로 갈수록 화가들 사이에서는 신화 속의 대표적인 일화의 주인공보다는 배경을 이루는 요정들에 대한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여체 자체를 묘사하는 데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님프나 요정들은 물론이고 일반 여성들에 대해서도 신체에 대한 세심한 터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죠. 님프는 자연의 요정이므로 숲이나 동굴 등에서 살았습니다. 

브그로는 유화를 그리기 전에 먼저 데생을 세밀하게 그려 실제 그림을 미리 상상해 보곤 했습니다. 그만큼 정교한 인체를 표현하기 위해 데생을 중요시한 거죠. 그는 데생을 통해 구도와 구성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후에야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브그로의 그림에 표현되는 인체는 세밀하고도 빛나는 살의 색감이 정밀하게 묘사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정밀하게 그려내는 아카데미즘의 화풍이 계속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사진기가 등장하게 되자 정교한 그림은 사진으로 대체되는 듯 싶었습니다. 1905년 브그로는 아카데미즘의 정점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이제 인체나 구도를 정밀하게 구현한 그림은 점차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브그로는 점차 잊혀져 갑니다. 

대신 강렬한 빛과 인상적인 왜곡된 그림이 각광을 받게 됩니다. 그동안 천대받던 르노아르, 모네, 피카소 같은 인상파 화가들이 형이상학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인정을 받는 시기가 된 것이죠. 반면 브그로의 걸작은 예쁜 것만 그려진 멍청한 그림이라 불리며 철저히 외면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후반에야 브그로의 작품들이 새롭게 조명을 받으면서 각국에 흩어져 있던 프랑스 화가의 명화들이 900점 가까이 확인되고 있다고 합니다. 전체 작품의 70% 정도를 미국의 애호가들이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국인 프랑스보다 이국의 땅 미국에서 더 많이 수집되었다고 하니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이 사실적이고 정밀하게 묘사된 그림을 더 좋아했나 봅니다.   

 

포인터 作, 1903, The Cave of the Storm Nymphs (폭풍 요정들의 동굴)

 

여기에 영국 왕립 아카데미 출신의 화가 에드워드 포인터(Edward John Poynter)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포인터도 브그로가 활동했던 당대의 화가답게 요정들에 대한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여체 자체를 묘사하는 데 몰두했었습니다. 그가 그린 바다의 요정 네레이데스가 역시 그러했습니다. 브그로의 님프 작품과 포인터의 님프 작품을 비교해 보라는 의미에서 여기에 올려봤습니다.  두 그림 모드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체를 정밀하게 묘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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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그로, 1873년, 사티르와 님프들(Satyr and Nimphs)

 

사티로스(Satyros)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숲의 신으로서 여자와 술을 좋아하는 방탕한 신을 말한다. 사티로스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수행하는데, 술과 여자를 특히 좋아하고 음악을 즐긴다. 사티로스가 너무 여자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Satyric(好色)이라는 형용사의 어원이 되었다.

사티로스(사티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쾌락적인 육체적 욕정을 충족시키려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사랑에서 완전한 남녀의 동의에 의한 욕망의 충족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쾌락을 위한 욕망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티르 곁에는 술과 여자가 따라다닌다.

한편, 님프(Nymph)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자연의 정령 즉, 요정이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며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대부분이다. 젊고 아름다운 인간 청년이나 소년을 보면 한눈에 반해 다짜고짜 자주 납치해 욕정을 채운다. 이 때문에 여성의 과잉 성욕을 의미하는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는 말의 어원이 되었다. 님프의 연애담은 신화나 전승에 많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슬픈 결말로 끝나는 것이 많다.

 

님프의 무리를 사티르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티르와 님프의 특성을 심리적으로 반영하여 탄생된 용어가 색정증(Erotomania, 성욕과다증)이다. 색정증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정신병으로 DSM-5에서는 망상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보통 수동적인 성향을 가졌거나, 성 경험이 없는 사람 등 망상이 꽃피기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이 걸리는 경우가 많으며, 망상장애가 으레 그렇듯 만성이 되기 쉽다. 여성이 걸리기 쉽다는 편견이 있지만 양상이 조금 다를 뿐 남성이라고 안 걸리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색정증은 성욕의 이상 항진이나 음란증을 가리키는 때가 잦고 남성의 성적 욕망은 사티리어시스(Satyriasis), 여성은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고 한다. 사티리어시스는 술과 여자를 유달리 좋아한다는 그리스 신화의 사티르(Satyr)에서 유래하고, 님포마니아는 님프(Nymp)와 마니아의 합성어이다. 색정증이 '에로토마니아'인데 여기서는 사랑의 화살을 날리는 에로스(Eros)에서 파생된 단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神)과 요정(妖精) 등이 후에 로마를 거쳐 서구사회에서 단어의 기원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아도 너무 많다. 위의 그림은 브그로(부게로)의 걸작 중 호색한을 상징하는 사티르와 여성의 욕정을 나타내는 님프가 그려져 있어 뭔가 야릇한 느낌이 들지만, 어찌됐든 아름다운 인체의 신비를 은은하게 빛나는 색채로 처리한 브그로의 기법이 돋보이는 명화 중의 명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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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숲 속 요정의 찻잔

숲속 오솔길을 걷노라면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잠시 발을 멈추고 주위를 살피다 은방울꽃을 발견하였다. 연인에게 주는 꽃이다. 유럽에서는 이 꽃을 Lily of the valley(계곡의 백합화)라 부르며, 은방울꽃을 주고받으면 사랑과 행복이 온다고 믿는다. 꽃말은 ‘순결’과 ‘다시 찾은 행복’이다.

조그맣고 하얀 꽃은 금방이라도 딸랑대며 소리를 낼 것만 같다. 파란 잎사귀 아래 방울방울 매달린 꽃들은 마치 요정들의 재잘거림처럼 나의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다면 요정(妖精)들은 어디 있을까? 옛날 한적한 숲속에 밤마다 요정들이 내려와 차를 마시며 놀다 가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요정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찻잔에 차를 그득 부어 마시며 놀다 그만 해가 떠오르는 것을 잊어버렸다. 동쪽 산 위에 붉은 빛이 감돌자 요정들은 깜짝 놀라 도망쳤다. 요정들은 찻잔을 풀줄기에 걸어놓은 채 그냥 줄행랑을 쳤는데, 나중에 그 찻잔이 꽃으로 변했다. 그 꽃이 바로 은방울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은방울꽃을 요정의 컵이라고도 부른다.

2. 그리스 신화에서 바라 본 요정

그리스 신화에서 은방울꽃의 요정은 무엇일까? 요정은 영어로 님프라 부른다. 님프는 자연 속에 거주하는 신(神)의 정령(精靈)으로 샘물, 산, 나무, 풀 속에 깃들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이들 님프는 고대 그리스인들 사이에 깊고 강력한 성적 욕망의 전형적인 대상으로 비춰졌다.

그래서 님프(Nymph)라는 단어에서 색정증(色情症)의 여자를 의미하는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는 단어가 파생되기도 했다. 님프는 젊고 아름다운 소녀를 대신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성적욕망이 반영된 신의 정령이었다.

님프(Nymphaeum), by (브그로)Bouguereau

그러므로 여성이 사용하는 향수에 은방울꽃의 부르지오날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을 리 없다.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말이다. 유럽에서는 은방울꽃의 향수를 성스러운 향기라 하여 연모하는 사람에게 뿌리면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아마도 부르지오날 성분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이러한 은방울꽃의 성분을 알리 없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님프를 소녀로 인식하여 성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거꾸로 된 발상이 아닐까? 오히려 님프를 소년으로 투영시켜 고대 그리스 여성들이 좋아했다면 말이 되는데..... 

3. 유럽에서의 은방울 꽃

프랑스에도 성(聖)레오나드 전설이 있다. 레오나드는 용감한 젊은이로 약혼녀 마이야를 뒤로하고 3년 동안 무술을 갈고 닦았다. 수련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길을 잃고 헤매다 불을 내뿜는 큰 독사와 마주치게 되었다. 레오나드는 3일 낮 3일 밤을 싸워 독사를 죽였다. 그러나 그도 역시 독사의 날카로운 이빨에 부상을 당했다. 그는 마을 사람을 괴롭히는 거대한 독사를 죽인 모든 명예를 자신의 약혼녀 마이야에게 넘겨 달라는 기원을 하면서 죽어갔다.

숲의 님프(Nymph)는 용감한 레오나드의 죽음을 슬퍼하며 풀 위에 방울방울 떨어져 있던 레오나드의 피를 순백의 꽃으로 피어나게 했다. 은방울꽃의 조용한 속삭임은 아마도 사랑하는 연인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리라.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프랑스에서는 5월 1일 은방울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또한 결혼식 때 신부에게 주는 꽃이기도 하다. 사랑과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4. 성경에서 은방울 꽃이란?

성경(아가 2:1)에 “나는 샤론의 수선화요, 계곡의 백합화로다.(I'm a rose of Sharon, a lily of the vally.)”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계곡의 백합화’는 짧은 소견이지만 은방울꽃의 영어 이름이 ‘릴리 오브 더 벨리(Lily of the valley)’인 점을 감안한다면 은방울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도 무궁화 꽃이라는 단어다. 하지만 그곳에 무궁화 꽃이 피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이러한 용어들은 샤론의 들판에 핀 꽃들을 총칭하는 집합명사의 개념으로 쓰였을 것이기 때문에 영어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방에서는 은방울꽃을 강심, 이뇨에 활용한다. 심장쇠약, 신장기능 향상, 불안․초조․불면 등 신경쇠약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으며 부종이나 타박상에도 약재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사용하려면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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