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잎 무늬를 참조해 학명을 붙여
냉기가 남아있는 숲속은 아직도 겨울의 흔적이 가시지 않았다. 메마른 풀들 사이를 비집고 앙증맞은 남보랏빛 각시붓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꽃 이파리 하나의 폭과 길이가 1∼2㎝에 불과한 각시붓꽃은 그냥 붓꽃보다 더욱 더 매력적인 가치를 지녔다.
각시붓꽃은 붓꽃과(科) 붓꽃속(屬)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가녀린 작은 식물이기에 ‘각시’라는 접두사를 붙였다. 각시붓꽃은 일반 붓꽃보다 먼저 피어난다. 숲에 나무들이 무성해져 그늘이 드리워지기 전에 따뜻한 햇볕을 자양분삼아 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붓꽃을 왜 붓꽃이라고 부를까?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꽃이 피기 전의 꽃 모양이 마치 붓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붓꽃속(屬) 식물은 꽃잎의 무늬가 무지개처럼 생겼다. 그래서 이러한 신화 속의 얘기를 붓꽃의 무늬에 견주어 무지개 여신이자 전령의 여신 이리스(Iris)를 학명에 넣었다. 각시붓꽃의 온전한 학명은 Iris Rossii Baker이다.
2. 드라마에서도 아이리스 뜻을 담아
각시붓꽃이 속한 붓꽃속(屬)의 학명은 아이리스(Iris)다. 한때 지상파 방송에서 '아이리스'라는 타이들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도 메시지 전달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아이리스는 여성으로서 전령의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리스(Iris) 여신은 신들의 세계인 하늘과 인간세계인 땅을 연결해주는 무지개를 타고 소식을 전하던 전령의 신이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전령의 신 헤르메스(Hermes)는 주로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Zeus)의 메시지를 전했던 반면, 이리스 여신은 제우스의 아내 헤라(Hera)여신의 전령으로 활동했다.
3. 화랑 관창의 전설이 스며있어
각시붓꽃에 관한 좀 황당한 전설을 소개해 본다. 삼국시대 후기, 백제와 신라가 황산벌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백제의 계백장군에 번번이 패하던 신라는 화랑 관창이 적진에 뛰어들어 장렬히 전사한 후 전세를 뒤엎는데 성공한다.
계백은 자신의 진영을 향해 단신으로 뛰어든 어린 화랑 관창을 첫 번째는 살려 보냈다. 그러나 관창이 재차 말을 달려 들어오자 어쩔 수 없이 그의 목을 쳤다. 계백은 관창의 용기를 높이 사 시신을 신라군에 되돌려 준다. 관창의 죽음에 용기를 얻은 신라군이 결국 백제군에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그런데 관창에게는 무용이라는 연인이 있었다. 무용은 관창과 영혼결혼식을 올리고 그리워하다 관창의 무덤가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다. 이른 봄 관창의 무덤 곁 그녀가 죽은 곳에서 다소곳한 모습의 각시붓꽃이 피어났다. 작고 소박한 꽃은 무용의 자태를 닮았고, 날카롭고 기다란 잎은 관창의 칼을 닮았다고 한다.
각시붓꽃은 비옥한 땅에서 잘 자라지만 어떤 조건에서도 결코 쉽게 시들지 않는다. 포기를 나눠 심으면 풍성한 꽃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민간에서는 이 꽃의 뿌리를 타박상과 소화를 촉진시키는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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