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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토종 노랑붓꽃(학명 Iris Koreana)

1. 프랑스 왕조의 상징 붓꽃

붓꽃 중에서도 노랑붓꽃은 학명이 이리스 코레아나(Iris Koreana)이다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랑붓꽃은 한반도에 널리 분포하고 있어 Koreana가 붙었다우리나라 특산식물인 셈이다최근 들어 붓꽃을 관상용으로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진정한 들꽃은 들판에 피었을 때 제 모습을 자랑할 수 있다. 내가 촬영한 사진은 모두 민통선 이북 DMZ 인근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각시붓꽃은 이른 봄 울창한 수목이 햇볕을 차단하기 전에 재빨리 피어나지만 붓꽃은 5월의 봄 한창 수풀이 우거질 즈음에 꽃을 피운다. 각시붓꽃처럼 붓꽃의 학명에도 이리스(Iris) 여신이 붙는다. 붓꽃의 학명은 Iris nertschinskia이다. 붓꽃의 잎은 칼처럼 길고 날카롭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붓꽃이 기사(騎士, Knight)를 상징한다고 믿어왔다.

꽃잎에 퍼지는 무늬가 무지개를 닮았다 하여 무지를 타고 신의 뜻을 전하는 아이리스 여신의 이름을 학명으로 사용하였다.

용맹한 기사는 프랑스의 루이 왕조를 지켜주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루이 왕조는 흰붓꽃을 문장으로 사용해 왔다. 프랑스 시민혁명과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루이 왕조는 몰락했지만 붓꽃은 프랑스의 국화(國花)로 자리 잡았다. 일부에서는 프랑스의 국화가 백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앙리와 루이 왕들을 배출한 부르봉 왕가(House of Bourbon)의 상징이 백합이었던 데서 기인된 것일 뿐 국화는 아니다. 참고로 부르봉 왕가는 1589년 앙리4세가 왕위에 오른 이래 1792년까지 앙리 또는 루이라는 이름이 붙은 왕들을 배출해 왔으며 나폴레옹 퇴진 이후 다시 1814년에서 1830년까지 왕을 배출했던 가문이다.

2. 그리스 신화에서의 붓꽃 학명 '아이리스'

기원전(B.C.) 8세기 중엽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각각 트로이 전쟁 상황과 전쟁이 끝난 이후의 방랑생활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호메로스는 그리스의 위대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소아시아 서해안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이오니아 지방 사람이었다. 그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서 이리스 여신은 무지개를 타고 하늘과 지상을 오가며 신의 뜻을 전하는 전령신이었다. 

어찌됐든 이리스 여신은 일리아드(Iliad)에서는 제우스를 위해 전령의 소임을 다했으나, 오디세이(Odyssey)에서는 헤라의 전령으로 역할이 바뀐다. 즉 헤르메스는 제우스를 위한 전령이고, 이리스는 헤라를 위한 전령으로 각자의 역할이 분담된 것이다. 이리스는 신들이 스틱스 강에 맹세를 할 때 무지개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스틱스 강물을 떠오는 역할도 수행한다.

DMZ 인근 민통선 내부에 피어난 붓꽃

데메테르 여신이 행방불명된 딸 페르세포네를 찾기 위해 제우스 앞에서 스틱스 강의 맹세를 할 때에, 제우스가 인간 여인 세멜레(디오니소스의 어머니)에게 스틱스 강에 걸고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할 때에도 이리스 여신은 스틱스 강물을 주전자에 담아왔었다. 스틱스 강에 걸고 한 맹세는 신들이라 할지라도 어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제우스는 인간 여인 세멜레가 자신의 광채에 새까맣게 타 죽을 줄 알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었다. 제우스는 죽은 세멜레의 몸속에서 디오니소스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웠다. 디오니소스는 나중에 포도주의 신이 되었다. 또한 이리스 여신은 제우스가 인류를 멸하기 위해 9일 낮 9일 밤 동안 비를 퍼부어 댈 당시에도 은하수에서 물을 퍼다 제우스에게 갖다 주었다.

주전자에 스틱스 강물을 떠가는 이리스 여신, by Guy Head

이처럼 이리스 여신은 물과 관계가 깊다. 물과 습기가 있는 곳에 무지개는 당연히 나타난다. 또한 그녀는 트로이 전쟁에서 제우스의 명령을 전달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아 올림포스 산과 지상을 분주히 오갔다. 물론 무지개를 타고 말이다.

3. 우리 전설에 등장하는 붓꽃

우리의 전설에도 그리스 신화와 흡사한 내용이 있다. 어느 날 하늘의 선녀가 무지개를 타고 땅 위에 심부름을 왔다. 그러나 심술궂은 구름이 장난을 쳐 무지개가 걷히도록 만들었다. 결국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꽃이 되었다. 그 꽃이 바로 붓꽃이라는 것이다. 옥황상제의 전령이던 선녀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무지개를 타고 왔으니, 이는 곧 이리스 여신의 행동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민간에서는 붓꽃의 뿌리를 주독(酒毒)을 풀거나 폐렴을 치료하는데 사용하고 있지만 항상 한의사나 약재사의 처방이 없는 복용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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