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꽃이 유난히 붉게 빛난다. 시골집 주인이 시골스러운 정취를 배가시키려고 하는 듯 허름한 벽면에 대나무와 망태기를 덧붙여 촌스럽게 장식해 놓았다. 그러나 그 촌스러움이 주는 매력이 도시의 세련됨보다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제는 콘크리트 건물보다 풋풋한 흙냄새가 풀풀나는 토담집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 시골집이 촌스러운 자연미만 가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더 화려하고, 더 선정적인 정열을 과시하는 붉은 명자나무 꽃~! 그 도발적인 화려한 색조가 이곳을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유혹하고 있다. 소박함 속의 화려함으로 대조적인 부분을 더 강조한 탓일까? 하여 나같은 순진한 사람조차도 그 곳에서 발길을 멈춘 채 사진을 찍으며 풍경을 감상하느라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귀여운 봄의 요정 클로리스를 시샘하는 꽃샘추위 탓일까? '애기씨꽃' 또는 '아기씨꽃'이라고도 불린다는 이 꽃은 꽃샘추위에 상기된 아가씨의 볼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꽃의 여신 플로라의 총애를 받는 요정이라 가장 붉고 화려한 꽃봉오리를 터트려 뭇 남정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지도 모를 일이다. 옛말에 '명자나무 꽃이 피면 아녀자들이 바람난다'하여 담 안에는 이 나무를 심지 못하게 했으니 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한 명자나무는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3종만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이 3종의 명자나무는 3나라에 분포하는데 중국, 한국, 일본이다. 이 나무는 그 정열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전형적인 동양의 정원수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의 자생종이던 풀명자와 귀화목으로 정착해 버린 명자나무가 이제는 더 이상 중국 원산이라는 말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한국형 관목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명자나무 꽃을 사진으로나마 바라보며 북풍의 신 보레아스가 몰고 올 차가운 바람을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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