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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그로, 1873년, 사티르와 님프들(Satyr and Nimphs)

 

사티로스(Satyros)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숲의 신으로서 여자와 술을 좋아하는 방탕한 신을 말한다. 사티로스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수행하는데, 술과 여자를 특히 좋아하고 음악을 즐긴다. 사티로스가 너무 여자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Satyric(好色)이라는 형용사의 어원이 되었다.

사티로스(사티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쾌락적인 육체적 욕정을 충족시키려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사랑에서 완전한 남녀의 동의에 의한 욕망의 충족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쾌락을 위한 욕망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티르 곁에는 술과 여자가 따라다닌다.

한편, 님프(Nymph)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자연의 정령 즉, 요정이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며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대부분이다. 젊고 아름다운 인간 청년이나 소년을 보면 한눈에 반해 다짜고짜 자주 납치해 욕정을 채운다. 이 때문에 여성의 과잉 성욕을 의미하는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는 말의 어원이 되었다. 님프의 연애담은 신화나 전승에 많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슬픈 결말로 끝나는 것이 많다.

 

님프의 무리를 사티르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티르와 님프의 특성을 심리적으로 반영하여 탄생된 용어가 색정증(Erotomania, 성욕과다증)이다. 색정증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정신병으로 DSM-5에서는 망상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보통 수동적인 성향을 가졌거나, 성 경험이 없는 사람 등 망상이 꽃피기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이 걸리는 경우가 많으며, 망상장애가 으레 그렇듯 만성이 되기 쉽다. 여성이 걸리기 쉽다는 편견이 있지만 양상이 조금 다를 뿐 남성이라고 안 걸리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색정증은 성욕의 이상 항진이나 음란증을 가리키는 때가 잦고 남성의 성적 욕망은 사티리어시스(Satyriasis), 여성은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고 한다. 사티리어시스는 술과 여자를 유달리 좋아한다는 그리스 신화의 사티르(Satyr)에서 유래하고, 님포마니아는 님프(Nymp)와 마니아의 합성어이다. 색정증이 '에로토마니아'인데 여기서는 사랑의 화살을 날리는 에로스(Eros)에서 파생된 단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神)과 요정(妖精) 등이 후에 로마를 거쳐 서구사회에서 단어의 기원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아도 너무 많다. 위의 그림은 브그로(부게로)의 걸작 중 호색한을 상징하는 사티르와 여성의 욕정을 나타내는 님프가 그려져 있어 뭔가 야릇한 느낌이 들지만, 어찌됐든 아름다운 인체의 신비를 은은하게 빛나는 색채로 처리한 브그로의 기법이 돋보이는 명화 중의 명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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