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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guereau 作,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 1879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아프로디테(Aprodite)는 태초의 신으로 하늘의 신이었던 우라노스(Uranos)의 거세된 남근의 핏방울에서 탄생했다.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크로노스는 아버지의 남근을 잘라 넓은 바다에 던졌다. 여기에서 떨어진 우라노스의 피가 바닷물과 결합하여 거품이 끓어올랐고, 그 거품에서 사랑의 여신, 미의 여신, 섹스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 

아프로디테는 로마시대에 이르러서 이름이 비너스(Venus)로 바뀐다. 로마는 문화적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스의 신들을 로마화하면서 신들의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는 남성의 심볼을 통해 탄생했기 때문에 남성들이 성적으로 가장 원하는 여성성을 지니게 되었다는 해석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는 모든 남성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미의 여신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름다움, 사랑, 섹스, 정복 등 그들이 갈구했던 욕망을 아프로디테를 통해 여과없이 표현해 냈다. 고대 인류가 어떠한 여신을 매개체로 그들이 마음에 품고 있던 격렬한 욕망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아프로디테는 사랑에 관한한 격정적이고 도발적인 포즈로 신들은 물론이고 인간 남성과도 관계를 맺었다. 이러한 아프로디테의 행적은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회화풍은 여성 누드화가 가장 인기있는 소재 중 하나였다. 실제 사회에서의 나체와 누드는 엄격히 금지되었지만 화가들 만큼은 예외적이었다. 신화를 주제로 삼아 여신들의 누드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여신 중에서도 아프로디테(비너스)의 누드는 여러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단골 모델이 되었다. 위의 회화도 비너스가 바다의 거품에서 탄생하여 조개껍데기를 타고 키프로스에 도착하는 장면을 누드화한 것이다. 

위 걸작은 르네상스 시대의 영향을 받았지만 가슴과 아래를 손으로 가리지 않는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높이가 3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그림은 하늘에서 내려온 은은한 빛이 그녀의 몸을 신비스럽게 비추고 있다. 긴 머리카락, 육감적인 몸매, 빛나는 여성의 살결 등 신비스러운 모습의 비너스는 남성들에게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화신이었다. 브그로는 도자기와 같이 매끈하고 이상적인 여성의 신체 표현에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인 화가였다. 

왼쪽 중앙의 검은살결의 남성은 성(sex)의 대명사 판(Pan)의 모습이다. 판은 거대한 남근을 앞세우며 아프로디테를 바라보고 있어 성적인 아름다움의 여신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또한 세 명의 바다의 요정들은 그녀의 완벽한 아름다움에 질투심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하늘에서는 에로스를 닮은 천사들이 그녀의 탄생을 기뻐하고 있으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들인 트리톤들은 고둥나팔을 불며 그녀의 관심을 끌려하고 있다.  이처럼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는 남성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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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겨울 대지에 피어 난 복수초 꽃

그리스 신화에서 복수초의 기원을 찾아 보자.

어느 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아도니스에게 사나운 짐승을 절대 사냥하 지 말 것을 당부한 후 백조가 이끄는 이륜마차를 타고 자신의 고향 인 키프로스 섬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당 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냥에 나섰다. 사냥개들이 동굴에서 쉬 고 있던 멧돼지를 공격하자 그는 창 을 힘껏 던졌다. 창은 멧돼지의 옆구 리에 보기 좋게 박혔다.

그러나 멧돼 지는 입으로 창을 뽑아내고 씩씩거리 며 아도니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 다. 사납게 달려들던 멧돼지는 도망 치던 아도니스의 사타구니를 들이받 아 공중으로 내던져 버렸다.

아도니 스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떨어져 이내 죽어 버렸다. 아도니스의 비명 소리를 들은 아프로디테는 급히 이륜 마차를 돌려 되돌아왔으나 그녀가 도 착했을 때 그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 어 죽어 있었다.

급하게 마차에서 뛰어내린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저주로 탄생했으나 자신이 끔찍이 사랑했던 아도니스가 멧돼지에 의해 죽게 되자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미소년과의 아름다웠던 날들을 회상하면서 그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신들이 마시는 음료인 넥타르(Nectar)를 뿌려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

이파리가 없이 꽃만 피는 것이 복수초

그런데 아도니스가 죽은 이유는 저승 왕비 페르세포네 때문이었 다는 설이 있다. 페르세포네는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를 독차지하자 아프로디테의 애인이던 전쟁신 아레스(Ares)에게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관계를 알려줬다고 한다.

질투심에 눈이 먼 아레스는 아프로디테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멧돼지로 변신하여 사냥 나온 아도니스를 죽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리스 신화는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에서 아네모네, 즉 바람꽃이 탄생했다고 하는데 이보다는 복수초가 탄생했다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는 복수초를 아도니스 (Adonis)라 부르며 아도니스의 죽음을 회상하곤 한다고 하니 더 그 런 생각이 든다. 우리 들녘의 복수초는 노란색이지만 서양의 복수 초는 잎이 무성한 가운데 붉은 꽃을 피우는 것도 있다. 마치 아도니 스의 붉은 피가 변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 한 행복’이지만, 서양에선 아도니스와 아프로디테의 슬픈 사랑이 야기를 반영하듯 ‘슬픈 추억’이란다.

이 복수초를 가리켜 아도니스 의 피가 변해 피어났다고 하는데 복수초(Adonis)가 맞는지 바람꽃 (Anemone)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복수초라고 우기고 싶다. 식물분류학에서 복수초를 아도니스라는 속명으로 부르는데 이 이름 을 괜히 붙였겠는가.

어찌됐든 아도니스의 짧은 생애처럼 이 두 야생화는 아주 이른 봄 잔설 속에서 꽃을 피우고는 이듬해 다시 필 것을 약속하며 짧은 생을 마감하고 기나긴 잠에 빠져들고 만다.

한편, 그리스 신화와는 별도로 복수초는 일본 홋카이도와 사할린 에 살고 있는 아이누 족 전설에도 등장한다. 옛날 하늘나라에 쿠노니 공주가 있었다.

그녀는 외모만을 중시하여 성실하고 부지런한 두더지 신의 청혼을 마다하고 집을 나간다. 그녀는 휘몰아치는 눈 보라 속을 헤매다 여러 신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하 고 차가운 대지 위에 쓰러진다.

부왕인 하느님은 성실함보다도 외 모만을 중시하여 두더지 신의 청혼을 거절한 그녀에게 벌을 내렸 다. 그녀는 매년 추운 눈 속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두더지 신은 쿠노니 공주가 추남인 자신을 외면했음에도 그녀를 진정 사랑했기에 꽃 주위의 눈을 치워 노란 복수초가 잘 피어나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인지 복수초는 ‘영원한 행복’이 라는 꽃말을 가진 애틋한 전설 속의 꽃이기도 하다. 복수초는 스스 로 발열하여 주위의 언 땅을 녹이고 지상에 얼굴을 내민다. 그래서 줄기 주변은 눈이 녹아 항상 깨끗하다. 그것을 가리켜 두더지 신이 쌓인 눈을 녹였다고 말을 만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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