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게Albergue는 스페인어 사전에서 사람의 숙박소를 의미하며, 동물들에게 한정해서는 동굴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숙박지이다. 그러므로 산티아고 까미노에서는 한 마디로 순례자 숙소로 통한다. 알베르게는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숙박지라고 보면 된다.
1. 알베르게에서 식사 조리도 가능한가?
까미노(camino, 순례길) 주변에는 알베르게 뿐만 아니라 카페테리아Cafeteria나 바Bar들이 마을마다 들어서 있다. 그곳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순례자 메뉴'가 있다. 이 메뉴는 순례자들에게 대략 10유로에 판매되고 있으며, 와인과 식욕을 돋구는 간단한 요리, 그리고 메인 요리, 후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위 풀코스 요리에 해당된다.
그러나 절약하기 위해, 또는 한국식으로 먹기위해 직접 조리하려면 알베르게의 주방을 이용하면 된다. 알베르게는 대부분 주방용구와 그릇, 스푼까지도 구비되어 있으므로 순례자는 인근 수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해 조리해 먹으면 된다. 특히 스페인의 농산물은 저렴하여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혼자 조리하기 보다 여러 명이 더치페이하여 조리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다.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순례자 서너 명이 어울리게 되며, 알베르게에도 함께 투숙하여 각자 2~3유로, 많게는 5유로 정도를 갹출, 요리를 하면 저녁식사 뿐만 아니라 남은 음식을 그 다음날 아침식사로 이용할 수 있어 거의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직접 조리를 선호한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식사는 전날 저녁 장을 볼 때 과일이나 빵 등을 준비하여 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조리는 일행 중 요리솜씨가 있는 사람이 솔선수범하여 하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옆에서 보조하거나 식사 후 설겆이를 한다. 주방용구는 알베르게 비품이기 때문에 깨끗하게 씻어 가지런히 정리해 놓아야 다음 사람이 쓸 수 있다. 또한 알베르게에 도착해 보면 우리보다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쌀과 갖가지 음식재료가 남아있어 이것을 활용하여 절약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주방시설이 없는 곳도 있다. 어느 알베르게에서는 돈을 받고 직접 요리를 순례자에게 제공하기도 하며, 어느 곳에서는 기부제로 기부받은 돈으로 숙식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서로 합심하여 요리를 하고 설겆이도 마쳐야 한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대략 50여 km 남겨둔 지점부터는 주방은 있으되 솥과 그릇 같은 용구가 없어 어떤 순례자는 조그마한 냄비를 갖고 다니기도 했다.
2. 알베르게마다 종류가 다른가?
알베르게는 크게 4종류로 나뉘다. 첫 번째가 시립 알베르게, 즉 무니시팔(Municipal Albergue)이다. 무니시팔은 영어의 municipal과 동일하다. 가격은 5유로에서 6유로다. 실제로 숙박료는 5유로, 침대 종이시트 1유로가 합해져 6유로를 받는 곳이 많다. 요즘 알베르게도 예약을 한다고 하는데, 시립 알베르게는 도착한 순서대로 침대를 배정하기 때문에 예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을마다 1개소 이상씩 존재한다.
둘째는 공립 알베르게, 즉 뿌블리꼬 (Publico Albergue)다. 시립과 거의 동일하다. 영어로 Public이다. 대표적인 공립 알베르게는 아스또르가Astorga의 대형 알베르게다. 언덕을 올라와 옛 로마성벽위에 우뚝 선 첫번째 알베르게가 그곳으로 규모가 엄청나다. 공립은 말 그대로 공공기관 등에서 공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므로 시립 알베르게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셋째는 교구 알베르게, 즉 빠로끼알(Parroquial Albergue)이다. 즉 가톨릭 교구에서 운영한다는 의미로 영어의 Parish 또는 District에 해당된다. 이러한 알베르게는 기부제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기부제 알베르게는 숙식비를 한꺼번에 알아서 기부하는 형태이다. 나의 경우 기부제 알베르게에서 투숙하면 무조건 10유로를 기부함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요즘 예약이 허용된다는 사설 알베르게, 즉 쁘리바도(Privado Albergue)가 많이 늘어났다. 쁘리바도는 영어의 Private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사설 알베르게라는 곳으로 영리적 목적으로 운영되므로 숙박비가 기본 10유로 정도다. 물론 쁘리바도 알베르게에서도 요리가 가능하다, 요리를 못하는 곳도 있지만. 거의 모든 알베르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수 요리가 가능하다.
3. 알베르게의 침대 배열 등 구조는?
거의 대부분의 알베르게가 2층 침대 구조로 되어 있다. 1층 침대와 2층 침대 사이가 낮아 사람이 앉아 있기에도 불편할 정도이기 때문에 1층에 앉으면 고개를 숙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알베르게의 특성상 밤에만 순례자가 입실하기 때문에 누워 잠만 잘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낮게 한 것 같다. 키가 큰 나로서는 앉아서 배낭을 꾸릴 때 엄청 불편했다.
알베르게는 남녀 공용이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 구분이 없어 속옷을 갈아 입을 때는 샤워장이나 침낭 속에서 주로 갈아 입는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2층, 여자는 1층을 배정하며, 나이가 많으면 1층, 부부는 1층과 2층을 배정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남녀가 같이 들어가면 일행이 아니라고 해야 두 명 모두 1층을 배정받을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상태가 좋은 곳만 촬영했기 때문에 2층에 안전바가 있으나 대부분의 침대 2층에는 안전 바가 없어 자칫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어쩌다 1층만 있는 알베르게를 만나면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데 아소프라Azofra의 시립 알베르게는 2인 1실로 꾸며져 있다. 그 동안 북적거림 속에서 생활하다 우리 부부만의 공간을 갖게 되자 너무 좋았다. 그런데 부부가 아닌 남녀를 이런 방에 같이 들어가도록 하면 어찌될까? 그래서 알베르게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트인 공간이 됐나 보다.
알베르게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은 반듯하게 눕지 말고 측면으로 누워 잔다든가 하는 등의 배려가 필수적이고, 소음을 싫어하는 사람은 귀막이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다. 저녁 10시가 되면 무조건 소등하여 순례자들이 잠 자리에 들도록 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는 순례자들도 많기 때문에 취침시간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3. 알베르게를 이용하려면?
순례를 출발하기 전, 생장피드포르에 순례자사무실이 따로 있다. 그곳에서 순례자여권이라 부르는 끄레덴시알Credencial을 만들어, 각 마을마다 바bar나 성당, 그리고 잠을 자는 알베르게에서 스탬프를 받아야 한다. 끄레덴시알은 순례가 끝난 뒤 산티아고 대성당 곁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증서를 받을 때 제출해야 한다. 이 끄레덴시알, 즉 순례자 여권이 없으면 알베르게를 이용할 수 없다. 마을의 알베르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순례자 여권을 제출하고 숙박부에 인적사항을 기재한 뒤, 자원봉사자가 스탬프를 순례자 여권에 찍어 준 다음에야 침대가 배정된다.
끄레덴시알은 각 마을의 알베르게나 성당, 순례자사무소 등에서 약간의 돈(약 1~5유로 기부)을 지불하고 만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 포르투갈길을 걸을 때 그냥 조그마한 노트를 사서 맨 앞쪽Front page에 인적사항, 여권번호, 국적, 출발지를 영어로 기록하고, 그 다음 쪽next page부터스탬프를 받고 다녔는데 인정되었다. 그러나 모험은 금물이다. 시립 알베르게에 들어가면 자원봉사자가 끄레덴시알Credencial과 여권Passport을 요구한다. 간혹 여권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여권 사본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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