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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 8인, 연합뉴스 사진 캡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초래한 초법적 선관위, 견제 없는 권력인가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인력관리에 대한 직무감찰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2025.2.27일 내렸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불법 채용 비리 및 부정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외부의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번 결정이 가져올 파장은 단순한 감찰권의 유무를 넘어, 선관위의 역할과 권한이 국가 통제 시스템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헌재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 성격을 가지므로,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선관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한,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찰할 경우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선관위가 아무런 감찰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

이미 선관위는 내부적인 부정부패와 특혜 채용 문제로 심각한 신뢰 위기에 놓여 있다. 감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선관위가 진행한 291건의 경력직 채용(경력직 아닌 일반적인 채용 부정도 1,200여건)에서 모두 규정 위반이 발견되었으며, 부적절한 절차와 채용 청탁이 만연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결정은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찰을 차단함으로써 내부 비리를 자정할 어떠한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셈이 되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선관위가 대통령의 권한을 초월하는 ‘초법적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그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는 철저히 무너진다. 그러나 선관위는 선거를 빌미로 행정부는 물론 감사원, 국회 등의 감찰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기관이 되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제기되고 있는 중국인 선거사무원 채용 의혹이나 외국의 한국 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를 조사하거나 감시할 수단이 전무하다. 전자개표 시스템과 관련한 해킹 선거 조작 가능성 또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더불어 사전투표자 명단 대조 역시 이루어질 수 없어, 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차단할 장치가 부재하다는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감추는 역할을 한다면, 이는 국민의 신뢰를 더욱 훼손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기관이 정당한 선거 관리를 수행할 수 있을까? 현재의 구조로는 선관위 내부에서 아무리 부정과 비리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전무하다.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감사원과 같은 독립적 감찰 기관이 선관위를 감시해야 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선관위의 ‘초헌법적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선거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감찰과 견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감사원이 아닌 독립적 기구를 통해서라도 선관위의 채용과 직무 수행을 감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기관이 도리어 공정성을 해치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거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관위에 대한 감찰과 견제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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