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산티아고 순례길을 총 5회에 걸쳐 걸었었습니다. 4번은 프랑스길을, 1번은 포르투갈 해안길을 걸어갔었죠. 그때만 해도 유로화 환율도 그리 높지 않아 적당한 편이었고, 순례자 숙소비용도 저렴했으며, 숙소에서 직접 식사를 조리해 먹었죠. 그래서 40여일 동안의 항공료를 포함한 전체 비용이 300만원 안팎이면 충분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19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자 용기있는 KSG 순례자가 산티아고 가는 길 800여 km에 도전을 했습니다. 물론 항공료도 다시 값이 다운되지 않아 예전에 비해 많이 비쌌다고 합니다. 물론 유로화 환율도 1,400원대로 높아 비용이 더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오른 것은 항공료나 환율 뿐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순례자 숙소(알베르게)에 묵는 비용이 시립(Municipal)의 경우 하룻밤에 5유로에서 8유로로 상승했고,  사설(Privado)의 경우에는 하룻밤 숙박비용이 15~20유로였다고 합니다. 직접 알베르게에서 요리하지 않고 카페테리아에서 사먹는 순례자 메뉴도 과거 끼당 10유로가 일반적인 가격이었지만 지금은 15~20유로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순례자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알베르게에서 직접 조리를 해서 먹곤 합니다. 에스파냐는 농산물가격이 저렴해서 재료를 구입하여 직접 조리하면 1~3유로면 한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베르게마다 조리기구가 완비돼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주방 편의시설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알베르게의 주방을 개방한 곳이 많지 않을 뿐더러 주방을 개방한 곳을 찾기도 어렵고, 많은 시립 알베르게도 이제는 주방을 제공하지 않고 인덕션이나 가스불이 있던 곳에 널빤지로 덮어놓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고 합니다. 원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알베르게에서 조리한 음식을 서로 나눠먹는 것이 미덕이자, 낭만이자, 비용절감 방안 이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다 사라진 것입니다. 

과거에는 카미노(camino=road)에서 만나 같이 걷다보면 친구가 되어 알베르게에 같이 투숙하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해 먹었기 때문에 1인당 갹출비용이 1~3유로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알베르게를 앞서 5일 이전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보니 길동무가 되었어도 알베르게에 함께 투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불어 식사를 조리할 수 없어 결국은 혼자 음식을 사먹어야 된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식사와 숙박비용이 대략 150~200만원 정도면 됐었는데 지금은 약 350만원이 소요됩니다. 

지금처럼 상술화되기 이전에는 그냥 걷다 다리가 아프고 피곤하면 그 마을의 알베르게에 투숙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예약은 생각도 안 했었는데 불과 수 년만에 이렇게 변해 버렸답니다.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과 AI시스템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데...

 항공료는 약 150만원이 소요됩니다. 2023년초 기준 인천공항에서 파리까지의 직항 항공료를 보면 에어프랑스 155만원, 아시아나항공 185만원, 대한항공 211만원입니다. 물론 여러 곳을 경유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항공료를 더 아낄 수는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KAL 직항만을 고집했었습니다. 트랜지션을 하다보면 배낭을 분실할 염려도 있고 번거로워서 우리 국적기를 고수했었죠. 항공료는 대략 150만원으로 설정하면 무방할 것 같습니다.

과거 40여일 체류비용을 300만원으로 설정했다면, 지금은 최소한 500만원(항공료 150만원, 체류비용 350만원) 이상으로 설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UNESCO문화유산이라는 네임에 걸맞게 다양한 사람이 찾아 올 수 있도록 비용이 저렴했었는데, 이제는 사설 알베르게가 난립하는 등 장삿속으로 변질되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봄, 여름, 가을을 섭렵하며 산티아고 길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걸어보지 않은 겨울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도전해 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금년 겨울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으려던 나의 소망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500만원의 비용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장삿속으로 변해버린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이 좀 그래서요...ㅠㅠ

반응형
반응형

알베르게Albergue는 스페인어 사전에서 사람의 숙박소를 의미하며, 동물들에게 한정해서는 동굴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숙박지이다.  그러므로 산티아고 까미노에서는 한 마디로 순례자 숙소로 통한다.  알베르게는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숙박지라고 보면 된다. 

나바레테 시립 알베르게

1. 알베르게에서 식사 조리도 가능한가?

까미노(camino, 순례길) 주변에는 알베르게 뿐만 아니라 카페테리아Cafeteria나 바Bar들이 마을마다 들어서 있다. 그곳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순례자 메뉴'가 있다. 이 메뉴는 순례자들에게 대략 10유로에 판매되고 있으며, 와인과 식욕을 돋구는 간단한 요리, 그리고 메인 요리, 후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위 풀코스 요리에 해당된다. 

그러나 절약하기 위해, 또는 한국식으로 먹기위해 직접 조리하려면 알베르게의 주방을 이용하면 된다. 알베르게는 대부분 주방용구와 그릇, 스푼까지도 구비되어 있으므로 순례자는 인근 수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해 조리해 먹으면 된다. 특히 스페인의 농산물은 저렴하여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혼자 조리하기 보다 여러 명이 더치페이하여 조리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다.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순례자 서너 명이 어울리게 되며, 알베르게에도 함께 투숙하여 각자 2~3유로, 많게는 5유로 정도를 갹출, 요리를 하면 저녁식사 뿐만 아니라 남은 음식을 그 다음날 아침식사로 이용할 수 있어 거의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직접 조리를 선호한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식사는 전날 저녁 장을 볼 때 과일이나 빵 등을 준비하여 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베가 데 발카르세' 마을의 알베르게에서 7명이 의기투합하여 조리하는 모습
한국식 닭도리탕을 하려고 불판에 올린 모습

 조리는 일행 중 요리솜씨가 있는 사람이 솔선수범하여 하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옆에서 보조하거나 식사 후 설겆이를 한다. 주방용구는 알베르게 비품이기 때문에 깨끗하게 씻어 가지런히 정리해 놓아야 다음 사람이 쓸 수 있다. 또한 알베르게에 도착해 보면 우리보다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쌀과 갖가지 음식재료가 남아있어 이것을 활용하여 절약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주방시설이 없는 곳도 있다. 어느 알베르게에서는 돈을 받고 직접 요리를 순례자에게 제공하기도 하며, 어느 곳에서는 기부제로 기부받은 돈으로 숙식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서로 합심하여 요리를 하고 설겆이도 마쳐야 한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대략 50여 km 남겨둔 지점부터는 주방은 있으되 솥과 그릇 같은 용구가 없어 어떤 순례자는 조그마한 냄비를 갖고 다니기도 했다.  

 

2. 알베르게마다 종류가 다른가?

알베르게는 크게 4종류로 나뉘다. 첫 번째가 시립 알베르게, 즉 무니시팔(Municipal Albergue)이다. 무니시팔은 영어의 municipal과 동일하다. 가격은 5유로에서 6유로다. 실제로 숙박료는 5유로, 침대 종이시트 1유로가 합해져 6유로를 받는 곳이 많다. 요즘 알베르게도 예약을 한다고 하는데, 시립 알베르게는 도착한 순서대로 침대를 배정하기 때문에 예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을마다 1개소 이상씩 존재한다. 

둘째는 공립 알베르게, 즉 뿌블리꼬 (Publico Albergue)다. 시립과 거의 동일하다. 영어로 Public이다. 대표적인 공립 알베르게는 아스또르가Astorga의 대형 알베르게다. 언덕을 올라와 옛 로마성벽위에 우뚝 선 첫번째 알베르게가 그곳으로 규모가 엄청나다. 공립은 말 그대로 공공기관 등에서 공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므로 시립 알베르게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동상 뒤편에 아스또르가 공립 알베르게 입구가 보인다.

셋째는 구 알베르게, 즉 빠로끼알(Parroquial Albergue)이다. 즉 가톨릭 교구에서 운영한다는 의미로 영어의 Parish 또는 District에 해당된다. 이러한 알베르게는 기부제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기부제 알베르게는 숙식비를 한꺼번에 알아서 기부하는 형태이다. 나의 경우 기부제 알베르게에서 투숙하면 무조건 10유로를 기부함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요즘 예약이 허용된다는 사설 알베르게, 즉 쁘리바도(Privado Albergue)가 많이 늘어났다. 쁘리바도는 영어의 Private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사설 알베르게라는 곳으로 영리적 목적으로 운영되므로 숙박비가 기본 10유로 정도다. 물론 쁘리바도 알베르게에서도 요리가 가능하다, 요리를 못하는 곳도 있지만. 거의 모든 알베르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수 요리가 가능하다. 

 

3. 알베르게의 침대 배열 등 구조는?

거의 대부분의 알베르게가 2층 침대 구조로 되어 있다. 1층 침대와 2층 침대 사이가 낮아 사람이 앉아 있기에도 불편할 정도이기 때문에 1층에 앉으면 고개를 숙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알베르게의 특성상 밤에만 순례자가 입실하기 때문에 누워 잠만 잘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낮게 한 것 같다. 키가 큰 나로서는 앉아서 배낭을 꾸릴 때 엄청 불편했다. 

아르수아의 시립알베르게 내부
부르고스의 시립 알베르게 내부

알베르게는 남녀 공용이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 구분이 없어 속옷을 갈아 입을 때는 샤워장이나 침낭 속에서 주로 갈아 입는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2층, 여자는 1층을 배정하며, 나이가 많으면 1층, 부부는 1층과 2층을 배정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남녀가 같이 들어가면 일행이 아니라고 해야 두 명 모두 1층을 배정받을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상태가 좋은 곳만 촬영했기 때문에 2층에 안전바가 있으나 대부분의 침대 2층에는 안전 바가 없어 자칫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2인 1실의 Azofra Municipal Albergue
아소프라의 시립 알베르게 내부 2인1실

어쩌다 1층만 있는 알베르게를 만나면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데 아소프라Azofra의 시립 알베르게는 2인 1실로 꾸며져 있다. 그 동안 북적거림 속에서 생활하다 우리 부부만의 공간을 갖게 되자 너무 좋았다. 그런데 부부가 아닌 남녀를 이런 방에 같이 들어가도록 하면 어찌될까? 그래서 알베르게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트인 공간이 됐나 보다. 

알베르게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은 반듯하게 눕지 말고 측면으로 누워 잔다든가 하는 등의 배려가 필수적이고, 소음을 싫어하는 사람은 귀막이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다. 저녁 10시가 되면 무조건 소등하여 순례자들이 잠 자리에 들도록 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는 순례자들도 많기 때문에 취침시간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3. 알베르게를 이용하려면?

순례를 출발하기 전, 생장피드포르에 순례자사무실이 따로 있다. 그곳에서 순례자여권이라 부르는 끄레덴시알Credencial을 만들어, 각 마을마다 바bar나 성당, 그리고 잠을 자는 알베르게에서 스탬프를 받아야 한다. 끄레덴시알은 순례가 끝난 뒤 산티아고 대성당 곁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증서를 받을 때 제출해야 한다. 이 끄레덴시알, 즉 순례자 여권이 없으면 알베르게를 이용할 수 없다. 마을의 알베르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순례자 여권을 제출하고 숙박부에 인적사항을 기재한 뒤, 자원봉사자가 스탬프를 순례자 여권에 찍어 준 다음에야 침대가 배정된다.   

끄레덴시알은 각 마을의 알베르게나 성당, 순례자사무소 등에서 약간의 돈(약 1~5유로 기부)을 지불하고 만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 포르투갈길을 걸을 때 그냥 조그마한 노트를 사서 맨 앞쪽Front page에 인적사항, 여권번호, 국적, 출발지를 영어로 기록하고, 그 다음 쪽next page부터스탬프를 받고 다녔는데 인정되었다. 그러나 모험은 금물이다. 시립 알베르게에 들어가면 자원봉사자가 끄레덴시알Credencial과 여권Passport을 요구한다. 간혹 여권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여권 사본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대학순례용 끄레덴시알

  

반응형
반응형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의 '산 니꼴라스 엘 레알 수도원'

지난 2019년 예능 종편방송인 tvN에서 '스페인 하숙'을 절찬리에 방영한 이후 2020년 하반기에 재방송됨으로써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산티아고 대성당을 5번이나 입성했던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 하숙에서 방영된 내용을 문의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했던 내용을 이곳에 정리해 보기로 한다.  

1. 스페인 하숙 촬영장소는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한 마디로 tvN의 '스페인 하숙' 촬영장소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200km쯤 남겨둔 까미노 상의 쾌적한 마을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입니다. 그러니까 생장피드포르에서 걷기 시작한 순례자라면 프랑스길 전체 여정 800km중 600km정도를 걸어왔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누에보 다리
산티아고 가는 까미노를 따라 펼쳐진 카페거리
후작의 성

이곳은 하천을 끼고 있는 조용한 마을로서 인구는 적은데 비해 수도원 2곳, 성당  3곳, 후작의 성 등 비교적 큰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유해진 씨가 누에보 다리 밑을 통과하는 산책로를 따라 조깅을 하기도 했고, 또한 유해진, 차승원, 배정남 등 유명 연예인이 휴식을 취해던 카페 광장은 한적하고 쾌적하답니다. 

2. 스페인 하숙집은 산 니꼴라스 엘 레알 수도원Convento San Nicolas el Real

그렇다면 스페인 하숙에서 하숙집으로 사용했던 알베르게Albergue는 어느 시설에 있었을까요? '산 니꼴라스 엘 레알'수도원이었습니다. 17세기에서 18세기 동안 건축된 곳으로, 이 수도원 건립자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 '크리스또 데 라 에스페란사Cristo de la Esperanza'(희망의 그리스도)가 보관된 곳이라고 합니다. 

산 니꼴라스 엘 레알 수도원Convento San Nicolas el Real

위 사진에서 붉은 원형으로 표시한 곳이 스페인 하숙집의 출입구입니다. 이곳을 통해 순례자가 측면을 돌아 유해진, 차승원, 배정남이 운영하는 하숙집, 즉 알베르게로 들어갔어요. 순례자들은 사진의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걸어가도록 순례길이 펼쳐져 있답니다. 그런데 이 하숙집은 마을의 거의 끝부분에 있어서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았어요. 이곳을 tvN 나영석 PD 등이 빌려서 알베르게를 차렸고, 그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했답니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시립 알베르게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지친 발걸음으로 이곳까지 옵니다. 너무 지친 나머지 더 걸어갈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알베르게에 대해 특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 마을 초입에 있는 곳으로 들어가게 돼 있답니다. 이곳 바로 곁의 산티아고 성당옆에도 사설 알베르게가 있어요. 이런 알베르게를 다 지나쳐서 마지막에 있는 곳이 스페인 하숙이었기 때문에 순례자들이 그곳까지 가지를 않았던 겁니다.  

3. 산티아고 성당Iglesia de Santiago이 이곳에도 있습니다. 

중세에는 순례가 곧 삶이었습니다. 삶이 종교였던 시절에는 죽기 전 순례는 거의 필수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죠. 유럽 등지에서 온 순례자들은 장기간의 여정에 피로에 찌들었고, 지쳤고, 병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순례를 지속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곳 산티아고 성당의 용서의 문을 통과하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받는 것과 동일한 축복과 대사면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마을의 산티아고 성당 뒷모습

이곳 산티아고 성당은 이글레시아Iglesia로 표기됩니다. 이글레시아는 영어로 church입니다. 그런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산티아고 성당은 까떼드랄Catedral입니다. 영어로 cathedral이랍니다. 즉, 이글레시아는 사제가 있는 성당이고, 까떼드랄은 주교가 기거하는 대성당을 일컫는 거죠.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마을의 산티아고 성당 앞 모습

그러나 요즘은 의학의 현대화 등으로 이곳에서 축복과 대사를 받고 순례를 종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종교적으로 이곳에서 미사를 보고 축복을 받은 뒤 집으로 가는 사람은 없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걷기 힘들면 버스를 타고 약간의 거리를 점프하기도 한답니다. 

다음에는 알베르게Albergue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 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산티아고(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순례여정으로 프랑스 국경도시인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에 달하는 거리를 프랑스길(Camino Frances)이라 한다. 이 순례길이 지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 외의 까미노(camino, 순례길)도 북부길, 은의 길, 포르투갈길 등이 있다.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유명 연예인 GOD 멤버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사연이 방송됐고, 2019년에는 모 종편 방송에서  스페인 하숙(albergue, 순례자 숙소)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여 유명세를 더했다. 특히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등 유명 방송인이 직접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모습은 산티아고를 걷고 싶어하는 마음에 불을 지폈다.

배낭의 무거움에 내려놓다.

2. 산티아고 순례 준비물과 비용

#까미노 트레킹 준비물

1) 배낭 : 40~50리터의 배낭이 적절하다. 참고로 제 배낭은 45리터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허리를 제대로 잡아줘야 어깨의 피로감을 덜 수 있는데 여러 개의 브랜드를 사용해 본 결과 OSPREY가 제일 편했다.

2) 신발 : 발가락 끝이 약간 남아도는 비교적 여유있는 등산화가 좋다. 신발이 딱 맞으면 발가락 끝이 굽어지고 불편하다. 그리고 발목이 꺾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등산화는 발목까지 오는 중등산화가 좋을 듯하다. 

3) 침낭 : 가볍고 보온성이 양호한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계절에 따른 보온성을 고려해야 한다.

4) 옷 : 입은 것을 포함하여 속옷 2벌, 상하의 2벌, 양말 2족, 그리고 보온성 외투 1벌이면 충분하다. 저의 경우 배낭 무게를 줄이려고 하루 입은 옷은 그날 오후 세탁하고, 그 다음날 입을 옷을 미리 입고 있다가 잠을 잤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세수만 하고 그대로 출발했다.

5) 판초우의 : 배낭가지 덧씌워야 되므로 반드시 판초우의가 필요하다.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 필수품이다.

6) 세면도구와 슬리퍼 : 칫솔, 치약, 면도기, 수건, 비누, 화장품은 필수고 슬리퍼도 필수품이다. 슬리퍼는 샤워할 때와 등산화를 벗고 주변을 돌아다닐 때 필요하다.

7) 등산스틱 : 다리의 무게감을 덜어주기 때문에 필요하다. 1쌍으로 사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로 저는 처음에는 스틱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2번째 순례부터는 스틱을 사용했다. 힘이 있다면 스틱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8) 버물리 파스 및 패치 : 벌레에 잘 물리는 사람은 버물리 파스와 붙이는 소형 패치가 필수품이다. 저 같은 경우 베드버그에 수차례 물렸었는데 그때 패치를 붙이면 전혀 가렵지 않아 최고의 휴대품이었다.

여럿이 돈을 갹출하여 식사를 준비하다.

#순례 비용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식사를 대부분 카페테리아에서 순례자메뉴로 주문했기 때문에 저녁 식사 비용만 하루당 10유로가 지출됐습니다만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식사를 직접 조리해서 드시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듭니다.

우선 하룻밤을 묵는 알베르게의 숙박요금은 시립기준으로 5유로이며 여기에 침대 종이시트를 합하면 6유로가 됩니다. 그리고 아침은 전날 저녁에 준비해 뒀던 식사를 하며, 점심은 수퍼에서 산 과일이나 빵으로 대체하며, 저녁은 2~5명이 약 3~4유로 정도를 더치 페이하여 식사를 직접 조리합니다.

그렇다면 하루 체재비용은 6유로+4유로+10유로(Bar에서 커피나 음료) = 20유로 정도가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32일을 걷는다면 20유로 * 32일 = 640유료가 될 겁니다. 한화로 환산해 보면 640유로 * 1,311원(2020.11.17일 기준) = 약 84만원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순수하게 걷는 32일(프랑스길 기준, 25km/일) 을 제외한 기간은 주변을 관광하거나 다른 곳을 갈 텐데 버스료, 기차료, 숙박료 등의 비용은 따로 산정하세요.

그럼 마지막으로 항공권은 비성수기 기준으로 직항이 아니라 경유할 경우 왕복 100만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저는 무조건 직항만 고수했어요. 환승하기 싫어서.

총비용은 32일 기준 숙식비 약 84만원인데 90만원으로 잡고, 그 다음 주변관광 등의 비용을 100만원(예비비 포함)으로 가정하며, 항공료를 비성수기 기준으로 110만원으로 추산한다면 대략 300만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40일을 타국에서 온전히 지내면서 300만원 밖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가는 길을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올레나 지리산둘레길을 걸어도 그 기간이면 더 많은 돈이 소요된다는 겁니다.

2023년 4월 24일자 수정1) 다른 내용은 동일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사가 도산을 많이 한 관계로 항공료가 플러스(+)돼야 할 것 같습니다. 항공료만 조금 높여 계산하시면 무방할 듯합니다. 

반응형
반응형

1.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추천도서

글 읽기에 최적인 독서의 계절 11월도 어느 덧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매년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만 가득할 뿐 실제로 책을 읽은 적은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한 번 되돌아 볼 것을 권장하고 싶어요. 이 책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중 '프랑스길'과 제일 적게(?) 걷는 '포르투갈 해안길'을 트레킹한 기록입니다.

 

2. 어머니 영혼과의 동행

대학교수와 부총장직을 모두 벗어던져 버리고 홀가분하게 떠난 순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을 머릿속에 새기고 또 새기며 길을 걷는 까미노 순례자는 진정 마음의 평화를 찾았을까요?

 

3. 책중 인용문

2018년 봄, 의식조차 가물거리던 어머니께서 병실 천정을 무끄러미 바라보며 간병하던 누나에게 "얘야! 하늘이 너무 아름답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께서 누워계시던 침대 위는 그저 꽉 막힌 천정이었을 뿐인데.... 영안이 열려 당신께서 가실 천국을 미리 보시기라도 한 듯 그로부터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 나에게 큰 나무였던 어머니의 빈 자리는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마음속 깊이 남아있는 후회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었다. 각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서 내 자리를 확실히 지켜야 했다. 직위에 걸맞는 노력에 열정까지 보태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던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막내아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자주 보고 싶어 했던 어머니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는 것조차 인색하기 짝이 없었으니 불효도 그런 불효가 없었다.

 

4. 전반적 내용과 추천사유

작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효를 다하지 못한 애절함을 어머니의 영정사진과 함께 하는 순례로 대신하고자 2개월 여에 걸친 산티아고 순례에 나선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순탄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었다. 영적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마음의 길, 영혼의 길이었다.

그는 걸으면서 사색하고 또 사색하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사색의 결과로 실타래처럼 꼬인 의문을 하나씩 이해해 나간다.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 즉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를 걸으면 저절로 영적 깨달음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저자는 길이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까미노는 사색하고 탐구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도록 유도해 줄 뿐 ,해답은 사색을 통한 자신의 선택이다.'고 말한다.

깊어가는 가을! 단순히 트레킹에 대해 묘사한 책보다는 고뇌와 사색의 흔적이 담긴 효심 지극한 전직 교수의 사모곡을 읽어 보시길 강추드립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