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쾌적한 산길을 따라 걷노라니 녹음방초와 새소리에 선계(仙界)에 들어 선 듯 상쾌하다. 산책로 옆으로 활엽수 밑동에 조그만 영지버섯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세상을 구경하고 있다. 짙은 황색과 연한 노랑으로 위아래가 대비되는 버섯 자체가 한 송이 꽃이나 다름없다. 자연의 멋진 품에서 볼 수 있는 귀중한 선물이다. 영지버섯은 활엽수 뿌리나 밑동, 그루터기 등에 자생한다. 한방에서는 영지버섯을 불로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숲에 취하다보니 그야말로 늙지 않고 장수할 것만 같다. 젊음이여 내게로 오라!
영지버섯은 신경쇠약, 심장병,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한약재로 사용하는 이외에도 특이한 형상 탓에 장식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자연산 영지버섯은 보통 폭이 5㎝에서 15㎝이며 두께는 1.5㎝ 정도로 자란다.
영지버섯을 한약처럼 달이면 너무 써서 마시기 어려우니 티백 차(茶)처럼 3탕까지 우려 마시면 된다. 우선 버섯을 잘게 썰어 삼베와 같은 천에 싸서 끓는 물에 5분 정도 담갔다가 물만 마시면 되고, 재탕도 역시 5분 정도 담갔다 마시며, 삼탕은 10분 정도 담근 후 마시면 된다. 부작용이나 독성이 없어 먹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단지 쓴 맛을 제거하기 위해 꿀이나 대추를 넣어 물을 끓여 이용하면 그만이다.
불로초라고도 부르는 영지버섯을 다려낸 차(茶)는 아마도 영생불사의 음료이던 넥타르(Nectar)와 다를 바 없으리라. 올림포스 신들의 잔치에 빼놓을 수 없는 음료가 바로 넥타르였다. 신들은 잔치에서 넥타르를 마시고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Ambrosia)를 먹음으로 인해 영원한 젊음을 누렸다. 영지버섯 다린 물이 꼭 넥타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마음이 중요하지 않은가. 몸에 좋은 영지차(茶)를 마시고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는다면 그 물이 곧 넥타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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