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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꽃

옛날 옛적, 기원전 170년경 라디스라스 왕국의 왕은 백성들이 페스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마음 아파했다. 어느 날 왕은 활을 들고 초원에 나가 가엾은 백성들을 구원할 약초를 찾아 줄 것을 신들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그는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화살은 멀리 날아가 땅에 떨어져 한 식물의 뿌리를 관통했다. 그 식물은 용담이었다. 왕은 그 식물 뿌리를 이용하여 백성들의 병을 치료했다. 그때부터 헝가리에서는 이 식물을 가리켜 성()라디스라스 약초라 불렀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헝가리의 전설이다.

역사가 천년이 흐르면서 갖가지 말들이 덧붙여져 전설이나 신화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라디스라스 왕국의 전설을 역사로 되짚어 보기로 했다. 용담의 학명은 겐티아나 스카브라(Gentiana Scabra)이다. 속명(屬名)인 겐티아나는 발견자 겐티우스(Gentius)에서 비롯되었으며, 종명(種名) 스카브라는 잎 표면이 거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발견자 겐티우스는 누구인가?

기원전(BC) 168년 로마는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리리아(Illyrian)왕국과 충돌하였다. 무적의 로마군은 일리리아군을 격파하고 겐티우스 왕을 포로로 잡았다. 로마는 그곳에 일리리쿰(Illyricum)이라는 속주를 세웠다. 일리리쿰은 구()유고슬라비아의 서부, 즉 현재의 헝가리에 인접한 크로아티아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니 헝가리 전설이 탄생할만한 지역이다. 또한 당시 헝가리 종족과 그곳을 정복한 로마인들 사이에 언어 또는 지명 호칭의 차이로 인해 라틴어로 기록된 일리리아 왕국을 헝가리에서는 라디스라스 왕국으로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든 용담의 발견자는 이 지역의 왕이었던 겐티우스였고, 식물분류학에서 사용하는 학명에서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보라색 꽃을 피우는 용담

짙푸른 가을 하늘빛으로 피어나 신비롭고 단정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용담은 가엾은 백성을 사랑하는 한 왕의 애절한 마음이 묻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꽃말이 당신이 슬플 때 사랑한다인가보다. 또 다른 꽃말은 애수와 정의다. 꽃말은 나라마다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꽃말을 한 가지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

용담은 쓰다. 쓴맛을 내는 겐티오피크린은 미각신경을 자극하여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키거나 감축시켜 줘 위와 장의 활동력을 증강시킨다. 그러니 만성 위산과다증이나 저위산증에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겐타오닌 성분도 염증을 없애는 동시에 진통작용을 하고 있어 염증, 류머티스 관절염, 수족마비, 암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용담뿌리를 달인 물은 항암효소가 있어 위암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약효 탓에 우리나라에도 전설이 하나 있다. 병든 어머님을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던 한 촌부가 사냥꾼에 쫓기던 토끼를 구해 주었다. 물론 그는 이전에도 산에 살고 있는 많은 동물들을 보살펴 주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촌부가 눈 쌓인 언덕을 지나고 있는데 웬 토끼가 눈을 헤집고 풀뿌리를 핥고 있는 것이 아닌가. 촌부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 토끼는 일전에 자신이 구해준 토끼였다. 촌부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토끼가 핥고 있던 뿌리를 캐내 한 번 핥아보았다. 그러자 어찌나 쓰던지 촌부는 기절할 정도였다. 화가 난 촌부는 토끼에게 화풀이를 하려 했다. 이때 토끼가 산신령으로 변했다. 산신령은 동물들을 사랑하는 촌부의 마음이 갸륵하여 자신이 토끼로 변한 것이라며 쓰디 쓴 뿌리의 약효를 설명해 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결국 촌부는 용담뿌리로 어머님의 병(아마도 위장병?)을 고쳤으며, 그 뿌리를 팔아 가난에서도 해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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