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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이기수 신부님

 

요즘 많은 사람들이 '왜 신부님은 결혼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갖곤 합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명쾌하게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신부님들께서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사제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께서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는 자는 간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자 제자들이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모태에서부터 고자로 태어난 이들도 있고, 사람들 손에 고자가 된 이들도 있으며,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도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라고 말씀하셨죠. 

마태복음 19장 10절에서 12절에 이르는 이 말씀은 모든 사람이 혼인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선천적․후천적 성불구자도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또한 종교적 신념에 의해 독신을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도 바오로(사울)는 어느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기독교를 유대교에서 분리된 독자적인 세계 종교로 승화시켰습니다.

초대 기독교도들은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는 것을 당연시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베드로 이후 300여 년 동안 교황, 주교, 신부들은 결혼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독신주의가 신(God)에게 삶을 헌신하는 방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독신을 고집한 바오로의 신앙이 기저에 깔려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방교회 평의회에서도 성직자들에게 독신을 권유하기 시작했죠.

성직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교회의 법이 승인된 때는 서기 1015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이 제정된 주요한 동기는 종교적인 것만은 아니었죠. 보다 세속적인 이유가 존재했었습니다. 성직자 자손들이 교회의 땅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자손 상속으로 인해 교회의 토지와 재산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는 사제 자손들의 재산 상속요구를 막아낼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죠. 

가톨릭에서 성직자의 독신을 공식적으로 기록한 것은 1139년 제2차 라테란 공의회(Lateran Council)에서이며, 1545년 트렌트 공의회(Council of Trent)에서 성직자들의 결혼금지를 확실히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공의회는 ‘성직자 결혼금지는 하느님이 아니라 교회가 만든 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독신의 삶을 강요한 적이 결코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성직자들은 원래 결혼을 했었으나 독신으로 신을 섬기는 사례가 늘어났고, 또한 성직자 자녀들이 교회의 재산상속을 주장하는 사태가 지속되자 사제들이 스스로 독신으로 살며 오로지 신(神)만을 섬겼다는 결론입니다. 종교적인 이유와 세속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제들이 결혼을 하지 않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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