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숲 속에서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식물이 있다. 겨우살이다. 땅에 내려오지 않고 오로지 나무 위에서만 자생하는 기생식물 겨우살이는 나무껍질을 뚫고 들어가 수분이 통과하는 곳에 뿌리를 내린다. 서양에서는 귀신 쫓는 식물로, 동양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겨우살이는 아마도 추운 겨울을 버텨낸 인고의 아픔을 간직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 듯하다.
서양에서는 눈 내리는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 축제가 있을 때면 문간에 환하게 불을 밝히고 겨우살이를 걸어놓는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남녀가 키스하곤 한다. 액운을 몰아내고 사랑이 이뤄진다나! 한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고고한 겨우살이가 이들 남녀의 앞길에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와 유사하게도 꽃말은 ‘고난을 견디다’와 ‘정복’이다.
독일에서는 겨우살이의 항암효과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독 종양과면역학실험연구소 커트 잰커 교수팀은 대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겨우살이 추출물을 혈액에 투여했다. 그 결과 투여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비투여자들보다 최소 32%나 높았고 부작용도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겨우살이는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싸우는 것을 도와줬고, 암 치료에 수반되는 화학성분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었다. 이 결과는 2009년 12월 통합종양학회(The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저널에 소개되었다.
겨우살이는 불면증과 신경쇠약에도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가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차를 끓여 마시거나 술을 담가 마시면 좋다. 그늘에 말린 겨우살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끓는 물에 넣고 30분 정도 우려낸 다음 보리차처럼 마시면 된다. 이때 쇠주전자를 사용하지 말고 반드시 흙으로 빚은 도자기류의 그릇을 사용해야 약효가 유지된다. 또한 겨우살이를 넣고 펄펄 끓이는 것보다 완전히 끓인 물에 우려내는 편이 낫다. 재탕을 하는 것은 필수다. 술을 담글 때는 과실주용 소주(35°)에 감초나 꿀을 약간 넣고 겨우살이를 넣어 3개월만 숙성시키고 겨우살이는 건져내고 술만 보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풀 종류는 3개월이 지나면 약간의 독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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