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청미래 덩굴, 강원도는 참열매 덩굴, 전라도는 명감나무, 경상도는 망개나무 등등 그 이름도 많다. 청미래 덩굴은 반짝반짝 윤기 흐르는 넓은 잎과 둥그런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 널따란 잎은 가난했던 시절 소박한 망개떡에 배고픔을 달래보던 향수가 배어나오고, 정열적이며 고혹적인 빨간 열매는 처녀총각의 순수한 사랑얘기를 담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청미래 덩굴을 망개나무라고 하여 떡을 빚는데 사용한다. 송편처럼 빚은 반달모양의 찹쌀떡을 두 장의 망개나무 잎 사이에 넣어 김이 오른 찜통에 쪄 내는 망개떡은 나뭇잎의 향이 떡에 스며들어 상큼한 맛이 나며 잘 상하지도 않는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과 겨울 뒷골목을 누비며 “찹쌀떡˜♪”을 외치던 떡 장수의 애환이 묻어나는 떡이다.
역사적으로도 망개떡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서기 550년경 가야연맹은 백제의 보호를 받는 부용국(附庸國)의 위치로 전락했었다. 이때 가야와 백제는 왕실간 혼인을 추구하기도 했었다는데 신부 측인 가야에서 이바지 음식으로 망개떡을 만들어 백제에 보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산속으로 피해 다닐 때 망개떡으로 끼니를 때웠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망개 잎 표면에 형성된 미끈한 밀랍층은 잎과 접촉된 부분이 마르지 않도록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며 천연 방부제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피난 다니던 사람들의 휴대음식으로는 최고였을 것이다.
올림포스 산에 있는 신들에게도 주로 먹는 음식이 있었다. 신들이 마시는 음료는 넥타르(Nectar)였으며, 음식은 암브로시아(Ambrosia)라고 불렀다.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먹으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음료와 음식이었던 것이다. 이때 신들의 음식이 조금이라도 상하면 안 되었을 터, 아마도 암브로시아를 이 망개나무 잎사귀로 싸놓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대에는 아무리 선계(仙界)라 할지라도 냉장고가 없었을 테니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에는 망개나무 이파리가 제격이었으리라.
청미래 덩굴의 열매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앵두 같은 빨간 열매 때문이다. 옛날 강원도 지역에 살던 머슴이 이웃 집 하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머슴이 매끈한 청미래 덩굴의 열매를 따 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리면 열매를 입안에 넣어 줄께.” 순진한 처녀는 머슴의 말을 곧이듣고 그대로 따라했다. 머슴은 입에 열매를 넣어주는 대신 자신의 입술로 마무리했다. 물론 그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었다. 여성이 반해버릴 정도로 청미래 열매의 때깔이 곱고 멋지다는 얘기다.
청미래 덩굴은 우리나라에서 토복령(土茯笭)이라 부르며 수은, 니켈, 카드뮴 중독을 비롯한 온갖 독을 푸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수은에 중독되어 있으므로 뿌리를 차로 달여 마시면 유용할 것이다. 옛날에는 잎을 차(茶)로 달여 마시기도 했다는데 여기에 포함된 사포닌 등의 성분이 몸 안의 독을 풀어주며 피를 맑게 하는 약리작용을 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이파리를 돌돌 말아 담배 피우듯 여러 번 피우면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하는데 담배 독을 해독하는 데는 좋을 것 같지만 그 연기는 어떤 작용을 할지 의문이다.
청미래 덩굴은 산귀래라고도 불린다는데…. 옛날 난잡한 생활을 하던 한 남자가 매독에 걸렸다. 특효약이 없던 시절이라 부인은 남편을 산으로 쫓아버렸다. 그 당시 청미래 덩굴은 흉년이 들었을 때 흔하게 먹던 구황식물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그 남자는 청미래 덩굴의 잎과 뿌리를 먹으며 목숨을 연명했다. 그런 생활을 하던 중 그 남자는 매독이 완전히 나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청미래 덩굴을 가리켜 산에서 내려가 집으로 귀가하도록 했다는 의미로 산귀래(山歸來)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청미래 덩굴은 성병을 치료하는데 효험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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