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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나이를 앞세우는 풍토는 사회적 비효율이 생길 수도 있다. 나이 따지기와 복잡하고 지나친 존댓말이 집단 내에서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존댓말과 반말을 엄격히 구분하는 우리 언어의 특성도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서열문화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데 나도 동조하기는 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돈봉투 연루 의혹에 반발하면서 한동훈 법무장관을 겨냥해 ‘어린 놈’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아버지 뻘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안철수씨’라고 불렀다. 이러한 언사는 자신의 나이로 상대를 비하한다거나, 나이 많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욕보이려는 행동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전날인 2024년 2월 6일 저녁식사 시간에 대표팀 주장 손흥민(32세) 등 고참선수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이강인(23세), 설영우(25세), 정우영(24세) 등 젊은 선수들의 항명과 하극상은 축구선배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욕보이려는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위 아래를 모르는 정치권의 못된 싸움이 스포츠계에도 스며든 건가?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 출전한 손흥민과 이강인(헤럴드경제 보도사진 캡처)

 

축구 국가대표팀의 내분 사태가 보도된 2월 14일 이강인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내고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는 등의 말로 고개를 숙였지만,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스토리로 게시했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는 형식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문화와 유럽문화가 달라서 생긴 충돌이라고 하는데. 과거 스페인 발렌시아 팀이 이강인의 잠재력을 높이 사 2011년 8,000만 유로(약 1,130억원)를 설정해 애지중지 키워왔던 프리메라리그(스페인 프리미어 리그) 최고 선수인 그를 "매우 나쁜 선수"라고 말하며 2022년 계약을 일방해지, 이적료 없이 공짜로 방출해 버린 전무후무의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유럽도 선수 개인의 인성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처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방출됐던 그 행동을 지금 우리 대표팀 안에서 다시 자행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스페인 발렌시아처럼 우리 국가대표팀도 하극상을 벌인 그들을 당연히 공짜로 방출하는 것과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조선시대에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윤리가 삼강오륜(三綱五倫)이었다. 임금과 신하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인 군위신강(君爲臣綱), 부모와 자식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인 부위자강(父爲子綱), 부부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인 부위부강 (夫爲婦綱)이 곧 삼강이다. 

오륜(五倫)은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이다. 부모와 자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삼강오륜은 봉건적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 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인간 사이의 기본 윤리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동물도 엄연히 서열이 존재하고 있는데, 인간이라고 해서 이러한 모든 규범과 도덕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유유서는 나이 많은 사람과 그 보다 어린 사람의 도리를 규정하는 것이고, 붕우유신은 친구 사이의 도리를 규정한 것이다. 장유유서는 그들이 생각하는 소위 '꼰대'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치더라도, 최소한 친구 사이의 도리인 붕우유신에서도 다른 친구에게 주먹질 등의 몸싸움을 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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