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세상이 온통 누런색으로 도색되어 간다. 탁류와 같은 누런 색조의 흐름 속에 환하게 밝은 노란색 꽃이 한데 어우러져 꽃방망이를 만들고 있다. 여름이 한창인가 싶을 때 피기 시작했던 샛노란 꽃이 가을이 다 가도록 자태를 접지 않았다. 미역취 꽃이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이 꽃을 사람들이 꺾을까봐 내심 걱정하느라 꽃말이 ‘경계’인가 보다.
새순이 돋았을 때 잎자루가 늘어진 모습이 미역을 닮았다고도 하고, 이 나물을 끓였을 때 미역처럼 흐물흐물 풀어진다고도 해서 미역취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돼지나물이라고도 부르는 미역취의 모습을 아무리 살펴봐도 돼지와 연관시킬 것이 없다. 아마도 돼지가 잘 먹어서 그런가 보다. 돼지는 뭐든 잘 먹는데….
미역취는 옛날 춘궁기(春窮期)에 주로 먹던 구황식물(救荒植物)이었는데 다른 나물에 비해 탄수화물과 칼슘이 많이 포함돼 있어 나름대로 훌륭한 식단에 속한다. 연한 미역취를 채취하여 끓는 물에 데친 다음 물기를 꽉 짜서 없애고 들기름과 통깨 등 양념으로 무쳐 먹는 미역취는 그야말로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삶아서 말려 보관한 나물을 물에 불려 볶아 먹어도 제격이다. 미역취는 최근 들어 묵나물로 많이 애용된다. 묵나물이란 묵을 쑤는 나물이 아니라 한 해 묵힌 나물이라는 뜻이다.
미역취는 약초로서도 이름값을 한다. 미역취에 포함된 비타민 A는 눈의 건강에 좋고, 비타민 C는 감기예방과 감기로 인한 두통에 좋다. 또한 방광염, 편도선염에도 효험이 있어 미역취 말린 것을 달여 마시기도 한다. 민간요법으로는 산에 오르다 타박상을 입으면 미역취를 으깨 그 즙을 상처 부위에 바른다. 각종 염증과 타박상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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