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이후 가톨릭 방송에 이기수 신부님과 함께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기수 신부님께서 주로 말씀을 이어갔지만 저도 약방의 감초랄까요? 중간 중간에 몇 마디씩 말을 하면서 양념을 좀 치기도 했답니다. 그래야 방송이 맛깔스럽지 않겠어요?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죠. 저는 산티아고 가는 길 중에서 프랑스길 4번, 포르투갈 해안길 1번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순례기록만 3차례, 그 기록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내용들에 불과했지만요.
그런데 제가 다니는 성당에서 나이 지긋한 분과 얘기를 나누던 도중 한 여성분이 얘기에 끼어들면서 자신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어 순례길 정보도 얻고 산티아고를 걸었던 분의 정서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가장 좋은 책을 찾아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큐레이터로부터 추천받은 책이 있다는 겁니다.
그 분은 큐레이터가 추천해 준 책을 읽고 순례길 마을의 유래나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도 알게 됐다면서 곧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분이 말하는 책의 제목을 물어봤더니 '마음의 평화를 찾아 떠나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와~~~!!! 그 책을 쓴 지가 벌써 10년이나 되어가는데...
그 책은 바로 제가 쓴 책이었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것도 오늘 성당에서 처음 뵙는 분이 제 책을 이야기하다니 뜻밖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저도 한 권 사서 봐야 겠다고 말한 뒤 그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공감해 주는 것처럼 가슴 뿌듯한 일이 없습니다. 그 뿌듯한 가슴으로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해 보려 합니다. 이번 겨울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죠. 겨울이 힘들긴 하지만 겨울에는 프랑스길이 제일 안전하고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도 많으니 그럭저럭 걸어가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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