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서울 한복판, 분당 서현역 등지에서 ‘묻지마 칼부림’ 등 흉기난동이 연이어 발생한 뒤 호신용품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한 편에선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어차피 한국은 정당방위 인정 요건이 좁기 때문에 호신용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내 딴에는 정당방위라 할지라도 가해자에 의해 고소 당하면 쌍방폭행으로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서도 무조건 도망가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것이죠.
칼 들고 위협해도 정당방위를 할 수 없는 현실
국내 형법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1)지금 부당한 침해가 발생했을 것 2)침해의 정도가 상당할 것 3)자신 또는 타인의 법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행위일 것 등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요건을 기준으로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건이 지나치게 모호합니다. 특히 침해의 정도가 상당해야 한다는 ‘상당성’은 상황별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당한 침해가 ‘언제’ 발생했는지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더라도 '상당성'은 상황의 위급함이나 가해자의 흉기 소지 여부, 성별 등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상당성을 판단할 때 필요 이상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들은 피해자가 적극적인 공격을 했다는 것입니다. 참 한심합니다. 칼에 찔리고 나서 쇠파이프로 범인을 때렸다면 정당방위가 되어야 하는데도 과잉방어를 했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칼에 찔린 피해자가 젓가락으로 가해자를 때리면 정당방위고, 삼단봉이나 야구방망이로 때리면 과잉방어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결국 피해자도 처벌됩니다.
무조건 도망치는 것이 최선
우리 사회에는 범인이 먼저 때리고 칼을 휘둘렀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도 맞았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고소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면 일방이 아닌 쌍방사건으로 소송을 하게 됩니다. 경찰이나 검찰 선에서 정당방위를 100% 인정하여 범인의 고소를 각하하는 일은 하늘에서 별 따기입니다.
피해자가 살기 위해 가해자에게 대항해도 가해자를 제지하기 위해 폭행을 한 사실은 존재하기 때문에 범인에 의해 고소를 당하면 쌍방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또한 정당방위 여부를 따지는 데에도 법원에서 최소한 6개월이 소요됩니다. 소송과정에서 정당방위 입증 책임은 순전히 피해자 몫이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예를 들어봅시다. 가해자가 칼을 들고 와도 찔리지 않은 상태에서 저항하면 무조건 쌍방폭행입니다. 그러면 칼에 찔린 피해자가 옆에 있던 돌을 들어 가해자의 머리를 가격했다면 과잉방어가 됩니다. 차라리 칼에 찔린 채 일방폭행을 당해야만 순수한 피해자가 되는 게 한국 형법의 현실입니다. 그러다 죽으면 자신만 손해입니다. 가해자는 정신이상 운운하며 몇 년 교도소에 있다 출소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므로 적극적인 대응은 오히려 쌍방 소송 당사자가 돼 버리니 차라리 폭행을 피해 도망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입니다. 설사 칼에 찔렸다고 하더라도 그냥 도망치는 것이 낫다는 거죠. 칼에 찔렸어도 적극 대응하면 범인도 맞았다고 주장하면 어찌할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형법 상으로 보면 피해자가 죽어버리는 편이 나은 것이죠.
과거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있었던 저로서도 피해자들에게 '대응하지 말고 그냥 맞아라. 아니면 도망치는 편이 낫다.'라고 자문합니다. 솔직히 적극 대응했다손 치더라도 범인에 대한 과잉방어로도 인정받기도 힘든 것이 요즘 실정입니다. 과잉방어라고 해서 처벌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일단 묻지마 폭행에 대응해도 쌍방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신용품은 과잉방어에 해당
호신용품을 사용해도 법원은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 '과잉으로 방어를 했는지? 아니면 보복심리를 갖고 대응을 했는지?'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그러니 스프레이 정도는 무방할지 모르지만 삼단봉을 사용했다면 거의 100% 과잉대응이나 보복심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주변인이 칼에 찔려 다 죽었다면 모를까???
왜냐하면 삼단봉은 길이가 칼보다 길고, 재질도 칼과 같은 쇠이기 때문에 거의 과잉방어로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야구방망이를 갖고 살인자에 대응해도 과잉방어나 보복심리가 있던 것으로 판정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피해자가 죽어야 범인을 범인으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반병신이 되도록 맞으면서도 그냥 무대응으로 일관해야 됩니다. 자칫 주먹이라도 잘못 휘둘렀다가는 쌍방이 되어 누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는지에 무관하게 처벌을 받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격투기 세계챔피언이 묻지마 살인범과 만나 칼에 찔렸더라도 대응을 하면 격투기 챔피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조건 과잉대응으로 판정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격투기 챔피언도 어떤 흉악범을 만나더라도 무조건 폭행을 당하거나 칼에 찔려 죽어야만 피해자가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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