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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벽과 모로코 블루의 조화, 인연의 집이라 불리는 토마스의 집을 찾아서

한적한 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집이 하나 있습니다. 하얀 벽과 모로코 블루가 어우러진 이곳은 마치 지중해의 어느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집 외벽 한쪽에는 독특한 조각처럼 그려진 물고기와 둥근 떡이 눈길을 끕니다. 이 그림은 성경 속 오병이어 (五餠二魚) 의 기적을 상징하며,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은혜로운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경건한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내부 중앙에는 제대가 자리하고, 그 뒤로는 두 개의 촛대가 나란히 진열돼 있습니다. 촛대 위로는 십자가 모양의 창문이 조용히 빛을 받아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묵상하는 시간은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맑아지는 느낌을 줍니다.

이곳에서 도마(Thomas) 사도에 대한 묵상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후, 도마는 그 현장에 없었기에 사도들의 증언을 의심했습니다. "그분의 못 자국을 보고,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않겠다"고 했던 그의 말은 인간적인 한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다시 도마에게 나타나셔서 못 자국과 옆구리를 직접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그제야 도마는 부활하신 주님을 믿으며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했지요. 그 뒤부터 '의심많은 도마'라는 별칭이 붙게 되죠.

예수님께서는 그런 도마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 말씀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이 집은 "인연의 집"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신혼부부가 사진 촬영 장소로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얀색과 모로코 블루의 조화로운 색감은 누군가에게는 성경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모로코의 낭만적인 카사블랑카의 풍경을 연상시킵니다.

마치 사랑과 믿음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당신도 잠시 시간을 멈추고 깊은 묵상과 싱그러운 추억을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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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섬티아고, 3번째 12사도의 집인 야고보의 집


섬티아고의 세 번째 순례지는 야고보의 집입니다. 이곳은 사도 요한의 형이자,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집입니다. 야고보는 기독교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하다가 최초로 순교한 제자로, 그의 순교 사실이 성경에 기록된 유일한 제자입니다.

현재의 섬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의 유명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곳 대성당에는 야고보의 유해가 모셔져 있어, 많은 순례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그곳을 찾습니다. 기독교의 대표적인 인물인 야고보 덕분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순례하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야고보의 집을 설계한 건축가는 '김강'님이라는데 내부 설계가 좀...???

이곳의 섬티아고는 바로 그런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한 만큼 이곳의 섬티아고 길도 유명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겠죠? 그 기대는 적중하여 지난 코로나 19 팬더믹 시기에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 섬티아고를 찾았답니다. 

그런데 이곳 야고보의 집 내부를 둘러보며 느낀 점은, 의외로 기독교적 색채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대 방면의 벽면은 인도 그림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장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자아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는 이곳에서, 왜 이런 장식이 존재하는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섬사람들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는데, 이러한 비주얼은 분명 뭔가 어색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조그마한 성당의 내외부를 둘러보며, 저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성당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경건함과는 달리, 벽면에 그려진 그림들은 제게 이곳이 지닌 깊은 역사와 신앙의 의미를 흐릿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두 세계가 충돌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대 앞에 꿇어앉아 기도를 드립니다. 그런데 벽면의 모습은...???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뒷면 벽이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곳 중앙에 십자가가 음각으로 되어 있습니다. 붉은 색은 예수 12제자 중 최초로 순교한 인물임을 상징하는 듯합니다만, 그렇게 해석하는 것도 오로지 제 생각일 뿐...

이곳을 떠나면서 저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야고보의 유산이 이렇게도 다양한 해석과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의외였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뿌리를 지닌 이곳이, 또 다른 문화와 예술적 표현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은 순례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이교의 신을 섬기지 말고 오로지 유일신 하나님만을 섬기라는 의미 말이죠.

섬티아고는 단순한 순례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웠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 야고보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 섬티아고의 매력은 그 깊이와 넓이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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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의 집은 겸손의 미학과 낭만이 어우러진 공간

안드레아의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역사와 낭만이 어우러진 특별한 장소입니다.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이자, 세례자 요한의 제자로도 알려진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는 항상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삶의 철학이 반영된 이 집은, 그가 걸어온 길과 남을 위해 헌신한 진정한 겸손의 기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푸른 양파 지붕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이 집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창문은 동네에서 사용하던 돌 절구통을 잘라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독특한 창문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며, 안드레아의 삶과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집안 가득 따스한 빛이 드리우고, 바깥의 널따란 개펄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내부의 정면 벽면


안드레아의 집 앞에는 넓은 개펄이 펼쳐져 있어,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치 안드레아의 겸손하고 평온한 성격을 반영하는 것처럼. 바다의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 바람에 실려 오는 짭조름한 내음은 이곳이 단순한 집이 아닌, 사람들의 꿈과 이야기가 얽힌 공간임을 느끼게 합니다.

안드레아의 집 앞에 고양이 석상이 서 있는데 이곳 마을에 고양이가 많기 때문


안드레아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한 인물입니다. 그의 집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으로, 방문객들에게 겸손의 미학을 느끼게 합니다. 이곳에서 그의 삶과 신념을 체험하며,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보세요. 낭만적인 이야기들이 숨쉬는 안드레아의 집에서, 당신의 마음도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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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티아고 순례를 위해 신안군 송공항, 즉 송공여객터미널에 도착

서울에서의 긴 여정, 승용차로 5시간을 달려 전남 신안군 압해도의 송공항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은 무료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출발 1시간 전, 여객선 표를 손에 쥐고, 바다의 부름에 귀 기울입니다. 배에 오르니, 그 순간, 일렁이는 파도와 바람이 나를 감싸 안고, 마치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을 주듯 합니다.

송공여객터미널


입도 때는 대기점도의 선착장으로, 출도 때는 진섬의 소악선착장에서 송공항으로 배가 떠나옵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지점, 그곳에서의 기대감은 마치 첫사랑의 떨림처럼 가슴 깊숙이 스며듭니다.

이제, 푸른 바다 위를 항해하며,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소리처럼 내 마음도 함께 나아갑니다. 이 모든 순간이 영원히 기억될 낭만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여객선 시간표

 

대기점도에 도착하여 베드로의 집에 감탄하다.

신안군 섬티아고 순례의 시작은 마치 시간이 멈춘 작은 항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숨겨진 낭만이 서서히 눈을 뜹니다. 여객선에서 내리면, 차가운 바람이 살며시 안아주듯 다가오고, 첫 번째로 마주하는 베드로의 집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처럼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푸르른 지붕과 하얀 벽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지중해의 한 평화로운 마을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리스 산토리니의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왼쪽부터 화장실(소품용), 시작의 종, 베드로의 집


50m 가량 뻗어나간 바닷길 위의 선착장에 자리 잡은 베드로의 집 옆에는 순례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걸려 있습니다. 그 종을 울리는 순간, 바닷바람이 귀가를 간질이며 지나가고, 이 작은 의식은 마치 세상의 모든 걱정을 내려놓게 만드는 순간이 됩니다. 종 옆의 작은 화장실은 소품처럼 귀엽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 주어, 그곳에 머무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미소를 던져줍니다.

베드로는 예수의 12제자 중 으뜸으로 제1대 가톨릭 교황으로 인정되죠. 베드로가 갈릴리 바다의 품에서 어부로 살았던 것을 상기시켜 주는 듯 푸르른 지붕 아래 하얀 벽이 어우러진 그의 집은, 마치 고요한 바닷바람이 속삭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바다의 소리와 함께하는 순간들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마음에 새겨질 것입니다.

순례 시작의 종


신안군의 섬티아고 순례는 이처럼 소소하지만, 한 순간 한 순간이 깊은 의미를 지니며 평화롭게 다가옵니다. 이 길을 걸으며 느끼는 낭만은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처럼, 한적하면서도 깊은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바다의 속삭임과 함께, 이곳에서의 모든 순간은 영원히 마음에 남아, 다시 찾고 싶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오르리라 믿으며 섬티아고 순례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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