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아프로디테(Aprodite)는 태초의 신으로 하늘의 신이었던 우라노스(Uranos)의 거세된 남근의 핏방울에서 탄생했다.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크로노스는 아버지의 남근을 잘라 넓은 바다에 던졌다. 여기에서 떨어진 우라노스의 피가 바닷물과 결합하여 거품이 끓어올랐고, 그 거품에서 사랑의 여신, 미의 여신, 섹스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
아프로디테는 로마시대에 이르러서 이름이 비너스(Venus)로 바뀐다. 로마는 문화적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스의 신들을 로마화하면서 신들의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는 남성의 심볼을 통해 탄생했기 때문에 남성들이 성적으로 가장 원하는 여성성을 지니게 되었다는 해석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는 모든 남성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미의 여신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름다움, 사랑, 섹스, 정복 등 그들이 갈구했던 욕망을 아프로디테를 통해 여과없이 표현해 냈다. 고대 인류가 어떠한 여신을 매개체로 그들이 마음에 품고 있던 격렬한 욕망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아프로디테는 사랑에 관한한 격정적이고 도발적인 포즈로 신들은 물론이고 인간 남성과도 관계를 맺었다. 이러한 아프로디테의 행적은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회화풍은 여성 누드화가 가장 인기있는 소재 중 하나였다. 실제 사회에서의 나체와 누드는 엄격히 금지되었지만 화가들 만큼은 예외적이었다. 신화를 주제로 삼아 여신들의 누드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여신 중에서도 아프로디테(비너스)의 누드는 여러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단골 모델이 되었다. 위의 회화도 비너스가 바다의 거품에서 탄생하여 조개껍데기를 타고 키프로스에 도착하는 장면을 누드화한 것이다.
위 걸작은 르네상스 시대의 영향을 받았지만 가슴과 아래를 손으로 가리지 않는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높이가 3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그림은 하늘에서 내려온 은은한 빛이 그녀의 몸을 신비스럽게 비추고 있다. 긴 머리카락, 육감적인 몸매, 빛나는 여성의 살결 등 신비스러운 모습의 비너스는 남성들에게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화신이었다. 브그로는 도자기와 같이 매끈하고 이상적인 여성의 신체 표현에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인 화가였다.
왼쪽 중앙의 검은살결의 남성은 성(sex)의 대명사 판(Pan)의 모습이다. 판은 거대한 남근을 앞세우며 아프로디테를 바라보고 있어 성적인 아름다움의 여신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또한 세 명의 바다의 요정들은 그녀의 완벽한 아름다움에 질투심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하늘에서는 에로스를 닮은 천사들이 그녀의 탄생을 기뻐하고 있으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들인 트리톤들은 고둥나팔을 불며 그녀의 관심을 끌려하고 있다. 이처럼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는 남성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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