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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미워하는 나라,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 조세 형평성과 부자 증오 정서를 중심으로 –

5월,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시즌이 지나가며 많은 국민들이 세금에 대한 체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체감의 깊이는 국민 계층에 따라 극명하게 다르다. 특히 대한민국의 상위 1%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조세 부담은 단순한 ‘체감’을 넘어 ‘징벌’에 가깝다.

통계는 명확하다. 상위 1%의 개인이 전체 소득세의 약 50%를 부담하고 있으며, 상위 10%는 전체 소득세의 약 73%를 부담한다. 법인세 역시 상위 1% 기업이 전체의 80% 전후를 부담하고 있고, 종합부동산세는 상위 10%가 전체의 88%를 낸다.

한편, 전체 근로소득자의 약 40%는 아예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이는 ‘누진세’라는 조세 형평성 원칙을 넘어선, 사실상 특정 계층에 집중된 과세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부자를 향한 부정적 감정, 즉 ‘부자 혐오’와 ‘초부자 감세’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대중 담론을 장악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서민을 위한 세제 개편’을 외치며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계층을 표적 삼고 있다.

선거 시 표의 가치는 1인 1표로 동일하지만, 세금의 무게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다수의 표를 가진 쪽의 ‘불만’은 정치적 동력이 되고, 세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기득권의 탐욕’으로 매도된다.

이러한 불균형은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해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상속세 최고세율 2위(50%) 국가이며, 상속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에는 최대 60%에 달하는 주식 할증 평가 제도까지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경우, 부친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로 12조 원 이상을 내고 있으며, 아직도 그 납부는 끝나지 않았다. 애플, 테슬라, 샤오미와 경쟁해야 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 조세 환경은 단순한 형평성을 넘어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정치권에서는 “부자들이 한국을 떠난다”고 말하면서도,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는 없다. 오히려 ‘초부자 감세’라는 낙인을 씌우며 개편 논의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부자들의 이탈은 더 이상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다.

미국, 두바이, 키프로스, 포르투갈 등은 자본이동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마련했고, 실제로 많은 한국의 자산가들이 이민을 고려하거나 이미 떠났다.

그들은 단지 세금을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한 것은 합리적인 세금 체계와 노력의 대가를 인정받는 사회였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부를 이룬 사람들에게 “네가 가진 건 정당하지 않다”는 시선을 보내며, 성취 대신 분배를, 노력 대신 평준화를 강요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조세 비율이 높다는 데 있지 않다. 불신과 혐오에 기반한 조세 정책, 그리고 정치적 대중영합주의가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단지 고소득층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투자가 줄고 기업의 국내 유치가 감소하면, 결국 일자리는 줄고 국가 전체가 경쟁력을 잃게 된다.

조세는 국가 운영의 기초지만, 그 방향은 징벌이 아닌 유인이어야 하며, 정치적 표 계산이 아닌 경제적 미래를 향해야 한다. 자산가들이 한국을 떠나며 남기는 말은 하나다.

돈이 있으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 하지만 존중받는 곳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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