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진실을 누를 때,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
어느 정치인은 “나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 또는 잘 모르겠다”는 태도로 부인했지만 영상과 녹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형수의 그것을 찢어놓겠다는... 등등. 놀랍게도 그의 지지자들은 그 기록을 “조작된 것”이라 믿었고, 더 이상 어떤 증거도 통하지 않았다. 사실이 아닌 것을 믿고, 믿고 싶은 것만 사실로 여기는 현상, 이것이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인간은 중립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을 뒷받침해주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 확증 편향은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 특히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증폭,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매일 수억 시간을 소비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 거대한 플랫폼은, 이제 단순한 ‘영상 공유 사이트’를 넘어 여론을 형성하고, 진실을 규정하며, 때로는 현실 그 자체를 왜곡하는 공간이 되었다.
문제는 명확하다. 유튜브는 기술적으로는 중립적일 수 있으나, 인간의 심리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그 심리를 악용해 ‘듣고 싶은 거짓’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사실이라 믿으며 행동에 나선다. 더 심각한 것은 그 거짓을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편향적인 정보로 또 다른 확증 편향을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공영성과 중립성을 앞세워야 할 전통 미디어마저 예외가 아니다. 일부 특정 방송은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듯 일방적인 시각으로 뉴스를 구성하고, 보수 성향 인사나 정책을 겨냥한 공세적인 보도를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보도의 형식은 갖추었지만, 그 안에는 뚜렷한 방향성과 편향이 숨어 있다. 시청자는 이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기보다 오히려 ‘진실’이라 받아들이며, 결국 또 다른 형태의 확증 편향에 갇히게 된다. 언론이 특정 진영의 정치적 도구로 기능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가된다.
오늘날 우리는 진실과 허위, 사실과 조작, 보도와 선동의 경계를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전문가의 분석보다 자극적인 제목이 클릭을 유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보다 음모론이 더 널리 퍼진다. 이는 단지 미디어 소비의 문제만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위기다.
거짓 정보는 이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그것은 전략적으로 유통되며, 대중의 감정에 기생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데 사용된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의도된 '기획'이라는 데 있다. 거짓은 클릭 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분노를 통해 정치적 지지를 얻는다. 진실은 그 과정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지금은 진실이 더 이상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시대다. 오히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사회적 리스크가 되고, 때로는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진실을 말하는 것은 일종의 혁명이다. 그것은 무장을 하지 않은, 그러나 가장 용감한 저항이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계속해서 ‘믿고 싶은 것만’ 보며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설 것인가. 정보의 시대는 정보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진실에 대한 갈망과, 그것을 지키려는 용기만이 이 위태로운 시대를 건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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