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소원의 작은 야고보 사도를 만나다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12사도의 이름을 딴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 9번째에 위치한 '소원의 집'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小 야고보'를 기리는 공간입니다.
마가복음 15장 40절에서 처음 등장하는 알패오의 아들인 '작은(小) 야고보'는 세베대의 아들인 '大 야고보'와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성경에는 그의 구체적인 행적이 많이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예수님의 부활 후 초대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섬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소원의 집, 즉 작은 야고보의 집은 마치 작은 야고보 사도의 삶을 닮아 있습니다. 눈에 띄는 사건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믿음을 지키며 살았던 그의 삶처럼, 소원의 집 또한 수많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묻혀 있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은 세배대의 아들인 大야고보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길이지만 이곳은 小야고보의 집이 9번째 코스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티아고와 섬티아고는 크고 작은 야고보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 아닌 공통점이 있는가 봅니다.
소원의 집은 기쁨의 집을 지나 소악도를 향해 조금 더 걸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소원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 작은 산을 꺼이꺼이 넘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냥 포장길로 걸어가면 가깝지만 산을 돌아 가는 코스가 낭만적이라 그 길을 택했죠.
작은 야고보의 집 안으로 들어서면, 신발을 벗고 정갈하게 다듬어진 나무 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물고기 형상을 한 창문과 소악도의 돌은 마치 섬에 사는 어부들의 마음을 담은 듯 따뜻한 감성을 자극합니다.
이곳에서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감고 나의 소원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공간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솔한 기도가 하늘에 닿는 듯했습니다.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소원의 집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소망과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성스러운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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