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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이 5번째로 찾아간 곳은 빌립의 집이었습니다. 가톨릭에서는 빌립을  '필립보'라고 부릅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노두길이 시작되는 곳, 그곳 한 켠에 자리잡은 빌립의 집은 커다란 십자가 창문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어찌보면 가장 교회다운 곳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미니 제대가 놓여있다.

지붕은 마치 물고기 비늘과 같이 반원형을 잘라진 나무로 덮어 놓았고 가장 높은 곳에는 물고기 형상이 십자가처럼 하늘을 뚫고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형태의 교회입니다. 문 위의 창문은 돌절구를 잘라 붙인 것으로 낭만적인 섬 문화를 되새겨 보게 만듭니다. 

조그마한 교회 왼편으로 노둣길이 보입니다.

빌립의 집 낮은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노둣길은 모세가 홍해를 갈랐던 사건을 기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은 간조 때라 이미 물이 갈라져 있습니다. 이제 홍해를 건너가듯 신안 앞바다를 가르며 도보로 걸어야 겠죠?

십자가 유리창문

빌립은 예수님과 함께 많은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종종 다른 제자들과 함께 등장하며,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일으키기 전 예수님께서는 빌립에게 “이 사람들을 먹일 빵을 어디서 살 수 있겠느냐?” 라고 물었습니다.

빌립(필립보)은 “200데나리온 어치로도 모자를 것 같습니다.” 라고 답했고, 안드레아도 "여기 보리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가진 앙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곧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립을 시험해 보려고 빵을 어디서 살 수 있겠느냐라고 물어봤던 거죠. 그때까지도 생명의 양식인 예수님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 아닌 지상의 쌀밥도 먹지 못한 채 점심시간을 넘겨서도 다음 여정을 향해 걸어갑니다. 아침과 점심도 쫄쫄 굶은 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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